인생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면
인생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면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4.0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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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서른한 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23장 몽산 화상(蒙 山 和尙)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몽산 화상이 말씀하셨다. “마음을 발명한 후에 항상 진공 삼매에 들어가서 다생동안의 진습(塵習), 즉 속세를 깨끗이 씻어서 제거해야 될 것. 그래서 진습이 가벼워지고 맑아지면 금생의 어머니 태중에서 나올 때의 일과 전생의 1세, 2세 내지 10세의 일까지를 다 능히 생각해서 알게 된다.

만약에 진습이 깨끗하게 없어진 사람은 다생의 일을 능히 알 것이니 그것을 과거 전생의 일을 아는 신통이라고 말한다. 차례로 눈과 귀 코 혀와 몸 그리고 생각 즉 6근이 청정까지를 다 얻게 된다. 진습을 능히 깨끗이 다 씻어서 모든 6근과 6진이 청정하게 된 사람은 신통, 삼매 모두를 큰 지혜와 위대한 변재, 가용이 진공실상의 가운데로부터 발현할 것이다.

6塵(진)은 색깔 소리 냄새 맛 감촉 의지로 나누어진다.

삼매의 이름이 진공 삼매이다. 마음공부를 해서 마음을 깨달은 후에는 언제든지 진공 삼매에 들어서 다생동안의 여러 가지 때 묻은 속세를 다 제거해야만 된다는 것이겠다. 그래서 진습이 가벼워지고 맑아져서 마음이 밝아지면 과거 전생 일을 다 기억하게 되는데 그것을 숙명통(宿命通)이라고 한단다.

숙명지(宿命智)가 먼저 터진 후에는 차례로 이근(耳根)이 청정하고 비근(鼻根), 활근(活根), 신근(身根) 등 6근이 청정함을 얻게 된다는 것이겠다. 마음을 닦다가 타심통(他心通)이 먼저 열리기도 하고 숙명통이 먼저 열리기도 한단다.

제통(諸通)의 통이란 여러 가지 신통(神通)을 말하니 5신통이나 6신통, 10신통 따위가 되겠다. 글을 통하면 문통(文通)이고 의술을 통하면 의통(醫通)이고 여러 가지를 다 통하면 박통(博通)이라고 한단다.

기용(機用)이란 임기웅변을 잘하고 대기(大機)와 대용(大用)을 잘 아는 것이란다.

본래 마음이 텅 비고 고요한 자리가 진공(眞空)이란다. 진공진실상(眞空眞實相)이 바로 본래의 마음자리란다.

그리고 마음자리를 밝혀서 깨달은 후에는 과거의 습관, 습기를 제거하고 업장을 소멸시키는 공부를 늘 하는 것이겠다. 그렇게 하게 되면 진공진실삼매로부터 모든 신통이나 지혜, 변재, 대기용이 나온다는 것이겠다. 

이는 우리가 태어날 때 동의하지도 않았고 우연히 태어난 세상이라는 것일는지….

그런데 언젠가는 우리 모두는 죽어야 한다. 결국 인생의 시작과 끝은 박혀 있는 못같이 바꿀 수가 없는 것이라서 어차피 그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실 우리가 다양한 철학, 다양한 관점으로 인생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결론은 이것 같다. 의미 있는 일하고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고 사랑을 나누는 그거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몽상화상 말씀처럼 마음을 발명한 후 속세를 깨끗이 씻어 제거해야 된다는 것은 몇 천 년 전보다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진보한 작금을 사는 우리임에도 소유하려는 것에 익숙해져 존재적 가치를 잊고 사는 것. 그러니 그 중요한 인생의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는 것에 관하여 괴롭고 즐겁고 평안한 마음의 생각을 하여 봄이 좋을 것 같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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