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물상을 아시나요’
‘희망고물상을 아시나요’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5.04.02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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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희망고물상’ 박은생 사장, 그를 처음 본 건 2010년 겨울 쯤으로 기억한다. 충주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폐지 수거 노인들이 특정업체의 횡포에 시달린다는 제보를 듣고 찾아간 곳은 교현동 충주천가에 위치한 작은 고물상. 하얀 눈이 내린 마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물을 정리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떨리는 두 손으로 꼬옥 부여잡은 일회용컵’ 고물을 주우며 수전증이 생겼다는 박씨는 인스턴트 커피가 담긴 차를 내오며 자신도 ‘어렵게’ 한 모금 들이킨다. 그의 첫 모습은 이렇게 각인됐다. 당시 제보로 노인일자리사업은 개선됐지만 박씨와의 인연은 새롭게 이어졌다.

박씨는 은생(恩生)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남몰래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노인들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 쌀·라면 등 생필품을 전달하던 것이 매달 경로당에 지원금을 전달하고, 일년에 두번씩 돼지를 잡아 경로잔치를 여는 것으로 커져갔다. 날씨 좋은 봄·가을에는 버스를 대절해 효도관광도 시작했다.

칭찬은 박씨를 춤추게 했다. 그의 선행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일파만파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공중파의 한 프로그램에서 ‘희망고물상’이란 이름을 단 것이 지금 상호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됐다.

이런 선행으로 박씨는 4년 전부터 통장도 맡게 됐다. 경로당 진입로가 위험하다며 신작로를 조성하고, 정체된 도시계획도로 건설도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끝내 성사시켰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여전히 수전증을 앓는 손으로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마시며 장학재단 조성이 마지막 꿈이라고 힘줘 말한다. 그의 아내는 4년전 뇌졸증으로 쓰러져 지금은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다. 그러나 박씨는 아직도 고물을 판 돈 대부분을 자기 가족보다는 이웃을 위한 봉사에 쏟아붓고 있다.

시민단체의 보조금 편취 의혹, 생활체육회 회장의 독단, 충주상공회의소의 쇄신 등이 최근 충주의 뉴스다. 

날이 좋은 봄날, ‘희망고물상’ 박씨가 더욱 생각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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