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택배
꽃 택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4.01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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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박후기
 
택배회사 울타리
벚꽃 피고 진다
어떤 꽃잎 피어날 때
어떤 꽃잎 지고 있다
늙은 왕벚나무가
꽃들의 물류창고 같다
사랑은 언제나 착불로 온다
꽃들은 갑자기
왕벚나무를 찾아와
빈손을 벌리고,
집 없는 나는 꽃피는
당신을 만나야 한다
꽃잎은 끊임없이
억겁의 물류창고를 빠져나가고,
사월의 허공이
태초의 발송지로
반송되는 꽃잎들로 인해
부산하다



※ 세상을 비추는 것이 어찌 해와 달과 별뿐이겠습니까. 조용한 허공 위로 툭, 툭, 벙글어 피어오르는 벚나무 꽃 잔치에 어둠도 환한 그늘을 만듭니다. 그 아래 개나리꽃 우르르 몰려나와 별 무리로 뜹니다. 착불이 될지, 반송이 될지는 우리의 마음에 달렸습니다. 흰 바람길 따라 걷는 꽃들의 봄밤. 물욕도 멀어지게 하는 저 강렬한 환희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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