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수향마을 서당②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수향마을 서당②
  •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 관장>
  • 승인 2015.03.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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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엄갑도 <전 충북중앙도서관 관장>

늘어선 건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연우장랑(煉雨長廊)이라고 불리는 건축양식이었다. 연우장랑이란 운하 변을 따라 긴 처마 지붕의 회랑이 길게 이어진 것을 말한다. 

이러한 연우장랑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비나 햇빛을 가려 주고, 또 운하와 접해 있어 수상교역을 편리하게 해주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연우장랑이 설치된 곳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지면서 그 주변에는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지금도 약 1,000m 길이의 연우장랑이 잘 보존되고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운하를 가로지르고 있는 다리였다. 아치형 등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이곳의 다리들은 명물이라고 한다. 하나하나가 예술적인 미를 갖추고 있었다. 이곳에는 수로 사이에 있는 다리의 수가 100여개가 된다고 한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아치형 다리의 운치는 그저 “아! 아!”하는 감탄사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운하를 따라 늘어서 있는 옛 건물들과 마을풍경을 감상하는 운하유람을 끝내고,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가장 오래된 옛거리로 접어든 듯하다. 옛날 상권의 중심지라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번화한 거리였음을 알 수 있었다. 옷, 노리게, 그림, 신발, 잡화, 음식점 등이 좁은 골목 골목길마다 들어서 있었다. 대부분 2층 집이고 1층은 가게를 하고 2층은 살림집인 성 싶었다. 이 좁은 골목길을 농()이라고 한다. 

이농은 수향마을 서당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길이라고 한다. 농의 넓이는 0.8-1.1m 정도로 매우 좁아 한 사람이 겨우 지나 갈 수있는 정도의 길이였다. 이 농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농으로는 68m 길이의 골목길, 석피농(石皮)이라고 불리는 왕택 바로 옆에 있는 농이었다. 이 석피농은 거리의 석판 아래를 하수도로 사용하기 위해 두께가 3㎝ 정도 밖에 안 되는 석판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 이 좁은 골목길, 농속을 헤집고 다니면서 조개 껍질로 만든 ‘단추박물관’과 고 건축물 지붕의 기와장식으로 쓰였던 장식기와들을 모아놓은 ‘와당진열관(江南瓦當館)’, 그리고 중국 근대 예술가 장정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뿌리조각예술박물관(張正根雕藝術館)’과 작은 동산 위의 정자와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명대 주氏 가족의 사택인 ‘서원(西園)’ 등을 두루 돌아볼 수 있었다. 기와지붕, 집 문짝, 땅바닥의 돌 등 모두가 옛 그대로인, 매력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서당(西塘)의 골목길을 살펴보면서 중국 역사문화의 옛 향기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소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운하를 사이에 두고 세워진 다채로운 집들과 그 속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생활하는 그 모습들이 천년의 역사 속에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다니 참으로 인상 깊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수향의 도시 서당을 오후 5시쯤 출발, 2시간을 달려 7시쯤 오늘의 숙소가 예약된 무석(無錫)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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