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송”이라는 이름을 불러주기는 했나
당신은 “오송”이라는 이름을 불러주기는 했나
  • 이경기 <충북발전연구원지역발전연구센터장>
  • 승인 2015.03.3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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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경기 <충북발전연구원지역발전연구센터장>
 
2005년 6월. 충북은 천안·대전 등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을 오송에 유치하였다. 이후 10년만인 2일 호남고속철도가 공식 개통된다. 고속철도를 기반으로 하는 국토 X축 간선망의 핵심 결절점이면서 세종시 관문역으로서의 오송이 그 잠재위상을 현실화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오송이 요즈음 개명(改名) 논란에 휩싸였다. 다소 뜬금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청주가 얼굴수로 밀어 붙여선지 개명 찬성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렇다면 꼭 오송역의 이름을 고쳐야만 되는 걸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니라고 본다.

첫째, 오송의 역사성과 진화과정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1100년전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다섯그루의 소나무(五松)를 심었다는 전설로부터 오송은 그 역사의 흐름을 시작한다. 시간을 훌쩍 넘은 1994년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기술 혁신방안’을 수립하고 충북의 제안을 수용해 오송 일원을 보건의료기능의 국가적 시범 클러스터로 선정했다. 그 후 KTX 분기역,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 충북경제자유구역 등 국가단위의 사업들을 유치했다. 작은 농촌마을에서 몸을 일으켜 세계적인 바이오 메카를 꿈꾸기까지 오송은 지역주민과 계획자와 공무원들의 노력 속에 ‘오송’이라는 바로 그 이름으로 모든 진화과정을 함께 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청주 중심의 논리를 들이대며 이름을 바꾸자고 한다. 이건 과학적 추론도 아니고 지역개발의 윤리도, 역사성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본다.

둘째, 역의 명칭은 국내용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송은 향후 바이오와 관련한 국제기업들의 활동무대가 된다. 그들 시각에서 굳이 따진다면 ‘Osong’이 쉽겠는가, ‘Cheongju’가 쉽겠는가? 세계적인 3대 바이오메카를 조성하는 것이 오송발전의 목표가 아닌가? 너무 청주 중심적 사고로 집착하기 보다는 좀더 국제적인 시각에서 명칭 변경 문제를 봐야 한다. 

셋째, 통일시대를 대비한 독자적인 브랜드를 확보해야 한다. 오송은 통일시대 X축 고속철도망의 결절점 기능을 국제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지정·지경학적 위치에 있다. 유라시아 철도의 기종점 역할이 가능하다. 현재 이웃나라 중국에는 청주라는 이름이 여러곳 있다고 한다. 국제적 관점에서 보았을 경우 청주가 오송보다 브랜드가 높다고 단정할 수는 결코 없다.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70km 떨어진 곳에 수도 런던의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된 세계적인 성공모델도시 밀튼케인즈(Milton Keynes)가 있다. 그런데 도시명인 밀튼케인즈는 당초 농촌마을 이름 그대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과거의 역사성과 전통마을을 둘러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원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아산 현충사 옆의 행정구역은 ‘탕정면’이다. 2003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20조원을 쏱아부으며 120만평 부지에 세계 최고의 ‘탕정디스플레이시티1, 2’를 건설해 오고 있다. 누구도 탕정이라는 이름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 그 이름으로 노력했고, 그 이름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묻고 싶다. 충북이라는 척박한 환경을 딛고 오송이 분투할 때 한 번이라도 다정히 그 이름을 불러준 적이 있느냐고. 그러니 소모성 논쟁보다는 미호강이 보이는 언덕에 오송의 이름으로 100만그루의 소나무 심기를 시작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그게 오송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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