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나라를 지키는가
누가 이 나라를 지키는가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3.30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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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새삼스럽게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을 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인가? 정녕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 내 나라, 내 겨레, 내 조국은 지금 건재한가? 

국회 청문회를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나랏일을 하겠다는 고관대작들이 어쩌면 남들이 다하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자신은 물론 그들 자식까지 외면하는지, 정말 그래도 되는 건지 매번 의문이 든다. 또 어쩜 하나같이 자녀들을 이중국적자로 만들었는지 그 신묘한 재주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모두 유식한 분들이라 이런저런 이유를 그럴듯하게 대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허탈하고 공허할 뿐이다. 

만일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이중국적자가 된 그들의 아들들이 유대인 아들처럼 만사 제쳐놓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귀국하리라는 기대를 어찌하랴. 귀국은커녕 어디론가 더 깊게 숨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벌 2~3세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비호와 국민들의 국산품 애용 덕에 재벌이 된 그들이 군 면제받고, 이중국적을 취득하고, 탈세하고, 번 돈을 해외로 빼돌리고, 하청업체와 종업원들에게 못된 갑질을 한다. 그런 그들에게 어찌 애국심과 조국애를 기대하겠는가? 통영함 같은 크고 작은 방산비리의 중심에는 안타깝게도 국가로부터 혜택은 받은 3성, 4성 장군들이 연루되어 있었다. 유사시 부하들의 목숨이 걸려있거늘 관측 장비와 포탄발사체 등에 엉터리 부품을 납품토록 해 수천억원의 혈세를 들여 건조한 군함의 효용성과 전투력을 크게 떨어뜨렸으니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억장이 무너진다.

지난 26일은 천암함이 폭침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배에 갇힌 전우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든 이는 별들이 아니라 한주호 준위 같은 일반 장병들이었다. 이처럼 백척간두에는 높은 이들이 있는 게 아니라 늘 이름 없는 병사들이 있었다.

해외자원개발비리가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부존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이 후대를 위해 의당 해야할 일은 해외자원개발이므로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퍼부어 자원개발을 하라고 맡겼더니 일부 관련자들이 자원개발보다 비자금 챙기기에 더 골몰했다. 그런 공직자와 기업인들이 결탁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우리나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전이 없으면 공장가동은 물론 가정에서도 마음 놓고 전기를 쓸 수 없을 정도이니 원전의 위험성과 위해성을 잘 알면서도 쓸 수밖에 없다. 

그런 원전에도 비리가 암약했다.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엄청난 재앙을 부르는 게 원전인데 불량부품을 납품받고 설계도를 빼내가는 천인공노할 비리가 있었다.

정권이 끝날 무렵이거나 새 정권이 들어서면 권력측근비리가 밝혀져 기세등등하던 정권실세들이 영어의 몸이 된다. 아직도 이런 못된 전철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어 개탄스럽다. 이처럼 특권과 기득권을 가진 상위 몇 %가 나라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 나라를 지키는가? 물론 훌륭한 고위층도 없진 않지만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나라를 지킨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법을 준수하며, 교육·국방·납세·근로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바로 그들이다. 이젠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말하지 말자. 못생긴 국민들이 나라를 지키는 게 아니라 선량한 국민들이, 깨어있는 국민들이 나라를 지킨다. 

내일이면 4월이다. 4·19와 세월호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옷깃을 여미며 다시 사월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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