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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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11.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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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변화, 새로운 시장
윤 명 숙 <논설위원·충청대학 부교수>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도, 조직도, 개인도 변화한다. 변화는 우리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의 장(場)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특히, 시장의 변화는 기업의 성패를 결정해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최근 수많은 시장의 변화 중에서 유독 남성의 변화가 눈에 띈다. 여성의 높은 교육 수준→사회 진출→파워, 특히 경제력 증대→양성 평등 및 역차별 주장 등으로 이어지는 그간의 여성의 변화 물결에 뒤를 이어 나타난 남성의 변화여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청년기를 보내면서 남성들은 기러기 아빠, 고개 숙인 아버지, 황혼 이혼을 당하는 아버지 등등을 보아 왔기 때문일까. 최근 남성의 변화 속에서 합리성과 과거의 파워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오늘날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대표적인 남성상을 살펴보자.

첫째, 맞벌이 부부가 늘고 가사에 관심 갖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또 외모 중심의 가치관이 커지는 것은 새롭게 등장한 남성상이 엠니스이다. 엠니스(M-ness)란 힘, 명예 등 전통적인 남성상과 양육, 소통, 협력 등 여성상을 두루 갖춘 남성(man)의 특성(ness)을 뜻한다고 한다. 이들은 성(sex)에 중립적이며, 개인의 생활방식을 존중하고 감성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편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남성을 말한다.

이들 엠니스는 구매하는 상품조차 과거의 남성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남성이 자동차 등의 구매에 한정되었다면 이들은 여성의 전용물인 의류 등 패션용품이나 화장품은 물론 육아용품까지도 직접 구입한다. 그 결과 이들을 표적으로 한 남성용 화장품이나 남성 전용 피부 관리실 등은 우리에게 더 이상 생소하지 않게 되었고,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타깃으로 한 '아빠 마케팅'이라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2006년도 고객 만족 조사에서 남성용 화장품에 대한 만족도가 과거에 비해 낮게 나타난 것은 남성 소비자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남성용 화장품의 품질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그동안 남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사용경험이 화장품에 대한 안목을 키우게 되었고, 그로 인해 기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둘째, 성(sex) 역할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남편상이다. 이는 바깥 분-남편, 집사람-아내의 획일적인 역할 관계는 깨지고 철저하게 비교 우위에 따라 부부 중 수입이 많은 쪽이 바깥일을, 그리고 적은 쪽이 집안일을 맡는 새로운 부부 관계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도 신문이나 TV에서 종종 '전업 남편'이 소개되고 있지 않는가. 최근 모 유통업체는 주방 생활용품 부문에서 남성고객 비중이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돈 잘 버는 아내를 내세워 가정 경제를 맡게 하고 남편은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는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트로피 허스밴드(trophy husband)가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논쟁거리가 되었던 가사 노동의 가치 평가는 더욱 공정하게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여성 중심의 유연한 방식이 요구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여성의 권한이 더욱 빠르게 커지게 될 것임을 시사해 주는 말이다. 그러나 이 지구에는 남성만도 여성만도 아닌 인간이 함께 사는 것이다. 여성이 성 혁명에 모티브가 되었지만, 이것이 남성에게도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되어 간다면 고개 숙인 아빠나 황혼 이혼을 당하는 불쌍한 남편이 아닌 딸, 아내,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도 갈채를 받는 당당한 아빠, 남편, 남성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구매력(buying power)을 갖춘 남성 시장의 부상은 기업의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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