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이 뭐길래
안심전환대출이 뭐길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3.29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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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지난주 1금융권 은행마다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침부터 통장을 들고 은행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다름 아닌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한 은행이용자들이었다. 

은행에선 창구를 별도로 지정해 안심전환대출자의 서류를 접수했지만 1인당 30분 넘게 걸리는 시간으로 혼잡을 면하기 어려웠다. 플라스틱 머니나 인터넷 뱅킹으로 간편하게 은행 일을 처리하는 요즘이고 보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은행의 진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이처럼 북새통을 이루게 한 안심전환대출의 요지는 2%대의 저리 대출이자로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이 정책은 월급쟁이들이 집 장만 하기 힘든 현실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 3~5%가량의 대출이자를 2%대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서민들은 만사 제쳐놓고 은행으로 달려갈 수밖에.

이를 방증하듯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나흘만에 20조원이 다 소진되는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그리고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금융당국은 2차로 20조원을 다음달 3일까지 신청받아 대출을 전환해 준다는 소식이다. 실질적으로 40조원이라는 큰돈이 서민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다른 측면에서 불만을 키우는 구실이 되고 있다. 이번 혜택에서 소외된 2금융권 이용자들의 불만은 창구에서 거센 항의로 이어지고 있다. 똑같이 가계대출을 받았는데 누군 이자를 더 내고 누군 적게 내는 상황을 정부에서 조성한 셈이 되었다. 서민들의 가계부채를 줄여준다는 것이 상대적 빈곤감까지 안겨주는 정책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은행권 역시 지나치게 낮은 대출이자 적용으로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불만이다. 여기에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안심전환대출이 비교적 능력 있는 대출자에게 저리의 돈을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졸속 행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당장 급한 불 끄기 정책으로 금융혜택 뒤에 도사린 반대급부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려울 듯 싶다.

문제는 언젠가부터 국민을 떼쟁이로 만드는 정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과 여론에 좌우되는 정책이 확대되어 만들어지고 있다. 소통을 강조하고 화합을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정책은 혜택과 비혜택의 이분적 요소로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정책은 생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인기초연금대상이 그랬고, 무상학교급식이 그랬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육성책이 그랬다. 어려운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보다 혜택자와 비혜택자 구도로 굳어지는 정책이 양산되고 있다. 

힘들다고 떼를 쓰면 정책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요상한 정치적 정책 만들기가 반복되면서 국민 사이에 막연한 기대심리가 생겨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욕망을 부추기는, 이러한 떼쓰기 정책이 아무런 의식 없이 욕망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언젠가 원숭이 잡는 아프리카 사냥법이 소개된 적 있다. 야자열매에 원숭이 손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 그 안에 견과류를 넣어두면 견과를 움켜쥔 원숭이가 손을 펴지 못해 사냥꾼에게 잡힌다고 한다.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이 일을 두고 둔한 원숭이라 치부할 수 있겠지만, 욕망의 크기를 줄이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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