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소음, 주민의 마음 읽어줘야 풀려
항공소음, 주민의 마음 읽어줘야 풀려
  • 방영호 <충주 오석초교운영위원장>
  • 승인 2015.03.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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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방영호 <충주 오석초교운영위원장>

나는 농부다. 20년이 넘게 밭을 일구며 농사짓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내가 사는 마을은 깨끗한 자연환경과 구수한 인심으로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인근에 공군비행장이 들어서면서 들리는 항공소음뿐만 아니라 주변생활이 시끄럽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벌써 30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군 비행장이 들어설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잘 모르고 국가시설이 들어온다며 면소재지에 주민들이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었던 기억이 난다. 

군 비행장이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꼭 필요한 군사시설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렇기에 군부대 주변 4개면 800여명의 주민들도 이러한 국가정책에 공감하여 불편을 감수하며 수십년동안 참고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견디다 못한 비행장 주변지역 주민들의 소음피해 배상 집단소송이 반복되고 있고, 급기야 항공소음을 항의하러 갔던 민간인이 체포되어 군사재판을 받는 불상사까지 발생하는 등 군부대와의 갈등이 고조에 달하고 주민들은 이러한 불안정한 생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우려하고 있다.

나는 소음피해를 입는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항공소음으로 인한 땅값하락, 개발제한 등 재산권 침해 역시 크지만 거론하고 싶지 않다. 다만 주민들 간에 차이는 있어도 일상생활에 지나친 지장을 주지 않도록 군부대가 주민들의 입장에서 소음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싶다.

우리 고장은 예로부터 들이 넓고 인심이 좋아 풍요로움이 넘쳐 싸울 일이 없는 평온한 마을이었지만, 군부대에서 날마다 몇차례씩 뜨고 지는 항공기로 인해 사람들이 날카로워지고 다툼이 늘어나는 것을 단순히 주민들의 개인성향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사실 항공소음 관련 갈등조정협의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부대에서도 노력을 해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자치단체나 의회에서도, 정치인과 시민단체에서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선 많이 부족하다. 애써주신 노력은 많이 고맙지만 좀 더 내실 있는 상생발전 활동으로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 

군부대와의 소통채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통은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군부대에서 할 만큼 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마음을 읽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소음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이 소란을 떨어야 관심을 갖고 아프다고 소송을 해야 배상해주는 식의 소극적인 대책은 결코 주민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고 상생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새마을운동을 하며 배운 말 중에 ‘노력하면 이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 우리 입장이 그렇다. 군항공기 비행소음은 분명히 풀기 어려운 문제지만 군부대가 먼저 주민을 생각하는 진정성을 갖고 대책을 세운다면 주민들의 지원 속에 국가안보를 튼튼히 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군부대의 근본적이고 책임 있는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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