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3.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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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대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비리 공화국이란 말인가?
언제까지 이 고약한 비리 덩어리를 안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정녕 국가와 사회를 좀먹고 있는 비리덩어리를 도려낼 명의가 없단 말인가? 

요즘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비리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원전비리, 금융비리, 입찰비리, 세금비리, 방위산업비리, 정치자금비리, 해외자원개발비리, 대기업비리, 지역토착비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비리들로 나라는 만신창이가 되고,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하늘에 닿을 지경이다. 역대 정권마다 부패척결을 외쳤고, NGO들의 감시활동도 왕성한데, 부패와 비리는 이를 비웃듯 독버섯처럼 번지니 기가 찰 노릇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아마도 맑아야 할 윗물이 맑지 못해서 일 것이다. 사건이 터질 때 마다 깃털만 잡았지 정작 몸통은 잡지 못했고, 피라미만 잡고 대어는 놓쳤기 때문이다.

비리의 온상은 그대로 놓아둔 채 변죽만 울리고 땜빵 질 처방만 했고, 부패와 비리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끊지 못한 탓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부패와 비리에 대한 무관심과 온정주의, 한탕주의가 부패와 비리의 숙주노릇을 하고 있어서이다.

그러므로 부패와 비리는 국가의 책임이자, 우리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동물이나 사람에게서 비곗덩어리는 필요악이지만, 공동체의 비리덩어리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암 덩어리 그 자체다.

국소부위의 작은 암이 온몸으로 전이되면 결국 죽음을 맞듯이, 비리도 만연되면 바벨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듯 허망하게 붕괴되고 괴사되고 만다. 국가도, 기업도,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암을 초기에 잡아야 하듯, 비리도 초기에 도려내야 공동체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부패와 비리의 척결에 나섰다. 비리와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 척결’ 담화문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방산비리를 들면서 ‘이번에야 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정부패척결이 자신의 의지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0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부처별 부정부패척결 대상과 실행계획을 논의하는 등 본격적인 부정부패 척결모드에 들어갔다. 아무튼 뒤가 구린 사람과 조직을 제외하고는 비리를 발본색원해 투명사회와 공정사회를 이루겠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순수성이다. 정권의 지지도 상승이나, 국면전환용으로 사정의 칼날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더욱이 국민들의 삶과 기업인들의 경제활동을 제약하거나 위축시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비리덩어리를 도려내려다가 언저리에 있는 멀쩡한 생살들까지 손상을 입히는 우를 범하거나, 삼청교육처럼 실적에 매몰돼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국외자원개발비리 수사는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성 수사라는 오해가 없도록 팩트 중심으로 수사하되, 과정과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

수시로 적군과 마주하며 유사시 목숨을 건 전투를 벌여야 할 수천억 원의 혈세로 건조한 군함의 관측 장비나 무기 등에 엉터리 부품을 납품해 효용성을 떨어뜨린 통영함 같은 방산비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비리의 중심에는 돈과 권력과 부당이득이란 검은 손이 있다. 고통 없는 치유, 후유증 없는 수술은 없다. 흉터가 남더라도 비리의 덩어리는 이참에 반드시 그리고 확실히 들어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강과 융성을 위해서라면 어찌 대수술인들 마다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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