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15.03.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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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덴마크 하면 떠오르는 것은? 레고, 안데르센, 북유럽의 작은 낙농국가, 복지가 굉장히 잘 되어 있는 나라 등등. 어, 그런데 무슨 힘으로 국민이 잘사는 거지? 요구르트와 치즈를 많이 팔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도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저)를 읽으며 그동안 피상적으로만 접하던 덴마크를 꼼꼼히 살펴보게 됐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1위인 덴마크의 행복 키워드를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으로 뽑았다. 6가지 모두 내 마음을 사로잡는 내용이었지만 특히 안정과 이웃의 키워드가 마음에 많이 와 닿았다.

지난 2년 동안 진로활동 수업을 진행하면서 고민되는 시점이 있었다. 진로 교육의 목적은 올바른 직업관을 세우고 학생의 적성과 흥미를 고려해 진로를 찾는 것을 돕는 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은 적성과 흥미를 찾는 것이 어려울 뿐더러 막상 찾았다 하더라도 그 길이 경제적 안정성까지 갖춘 직업일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진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경제적 안정성과 적성(흥미) 사이의 갈등이 있는 경우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전자를 택했다. 학생들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우리나라는 실업의 위험을 고스란히 개인이 진다. 안정적으로 삶을 유지할 정도의 급여가 따르는 직업군도 드물다. 본인이나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라도 있으면 극빈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덴마크 사람들 행복의 바탕에는 이런 고용 불안정의 문제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 깔려있다. 직장을 잃으면 재취업 전까지 국가에서 생계를 책임진다. 직업간 소득격차도 적다. 남이 어떤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부러워하지 않는다. 의료비도 전액 무료다. 모든 국민은 평생 주치의가 있다. 대학까지 무상 교육이다. 

복지 혜택이 너무 크면 국민이 게으를 것이라는 추측은 맞지 않는다. 전통적인 기독교 윤리 의식이 강해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어 게으름뱅이 복지 수혜자는 드물다. 이미 교육에서부터 의료까지 국가의 복지 혜택을 충분히 누린 국민은 국가에 대한 신뢰감이 쌓여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이런 선순환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곤고히 한다.

‘이웃’이라는 키워드는 연대감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덴마크는 시민들 사이의 네트워킹이 강하다고 한다. 현재 국민 35%가 협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19세기 더 큰 연대가 더 큰 이득을 준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26명의 농부로부터 시작된 협동조합 문화는 덴마크의 연대 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서로 신뢰하며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되므로 이런 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책을 읽으며 처음 떠오른 생각은 ‘부럽다’이고, 다음에 든 생각은 ‘덴마크니까 가능한 것은 아닐까?’였다. 덴마크는 국토가 작고 인구도 적으며, 민주주의가 자리 잡는 역사적 과정도 우리와는 다르다. 그러나 저자가 말했듯이 미국과 우리의 차이는 덴마크와 우리의 차이보다 더 크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60년 이상 따라가기 급급했으니 덴마크의 장점을 우리에게 맞게 배워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다음주에 인문학 모임에서 오연호 저자를 초대한다. 강연회 참석자들이 우리도 행복한 국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실천거리를 찾아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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