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구의 동화속풍경
김경구의 동화속풍경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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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리

김 경 구 < 동화작가 >

이번주부터 교육판에 동화속 풍경이란 제목으로 동화가 게재됩니다. 동화를 게재하는 분은 김경구씨이며, 한국문인협회 충주지부 회원으로 9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동화부문 당선과 91년 강수 백일장 시부분 장원을 수상했으며, 현재 라디오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딸 여섯에 아들 하나인 끝순이네 집은 동네 위쪽에 뚝 떨어져 있습니다. 1년 전 그렇게 바라던 아들이 태어나 끝순이 어머니는 모처럼 할머니가 끓여주는 미역국을 마음 놓고 드실 수 있었습니다. 끝순이는 희동이가 태어나 볼에 아버지의 턱수염 문지르기는 사라져 처음에 신이 났지요.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끝순이는 까끌까끌하고 따꼼따꼼한 아버지의 턱수염과 함께 아버지의 냄새가 그리워 졌습니다. 언제나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 희동이. 우리 복댕이"하며 희동이만 감쌌고, 언니들은 언니들끼리 놀아 끝순인 점점 심심해졌죠. 끝순이는 슬쩍 굴뚝을 돌아 뒤꼍 장독대로 갔습니다. 꽈리나무가 끝순이 무릎까지 키가 자랐고, 알알이 맺혔던 녹색 꽈리는 어느새 주황색으로 환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끝순이는 꽈리 하나를 뚝 따 열매 속 씨를 빼내고 입안에 넣고 동글동글 굴려봅니다. 그리고는 혀로 지그시 눌러 봅니다 "꽈르~~륵 꽈르~~륵." 그러자 심심함도 잠시 금세 끝순이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번집니다. 끝순이는 양쪽 주머니가 불룩하게 꽈리를 따 담습니다. 안방에서 희동이 우는 소리가 들려오자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어머니는 부지깽이를 놓고 부엌을 나가십니다. 끝순이는 희동이에게 빨리 가 꽈리에서 나는 소리를 들려주려 싶어집니다. "희동아~ 희동아~ ." 헐레벌떡 안방으로 끝순이가 들어가자 끝순이의 검정 고무신 한 짝은 댓돌 위에 또 한 짝은 허공에서 몇 바퀴 돌다 마당으로 뚝 떨어집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백구가 고무신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컹컹 짖을 때 꽈리 닮은 노을이 산자락 가득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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