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내면 화(禍)가 따른다
화(火)내면 화(禍)가 따른다
  •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5.03.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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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세종시 총기사고 이틀 만에 화성에서 또다시 총기 사건이 발생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화성 사건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함께 희생됨으로써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총기사고의 안전지대로 믿었던 우리나라에서 잇따라 발생한 총기사건으로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돈 문제로 가족 간의 다툼과 화를 참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건 사고를 보면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거나 자신의 차를 막았다는 이유로 삼단 봉을 꺼내 휘두르고, 헤어진 동거녀의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은 대부분 분노조절 장애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님은 불같이 일어나는 욕심을 경계하라고 했다. 말씀하기를 “우리 인류가 악이 그른 줄은 알되 악을 끊지 못하여 평탄한 낙원을 버리고 험악한 고해로 들어가는 까닭은 불같이 일어나는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철석같이 굳은 습관에 끌리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원불교 정전/ 작업취사의 목적)

분노나 화를 억누르지 못하는 충동조절 장애를 앓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범죄가 늘고 있다.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거나 마음이 불편하면 불을 지르거나 상대를 때리는 방식으로 화를 풀려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고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시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이 부딪쳤다고, 차가 경적을 울렸다고 무조건 따지고 화부터 내는 분노하는 사회분위기가 문제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제제기 방식이 대화보다는 분노표출로 변화하면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잘못된 문제 해결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화부터 내고 보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압축성장의 부작용, 과도한 경쟁에 몰린 사람들의 마음이 피폐해지면서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기 보다는 따지고 화내는 습성이 생기고 충동적으로 변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한 때의 분을 참으면 백일의 근심을 면할 수 있다. (忍一時之憤 免百日之憂)’고 했다. 화가 날 때마다 자신이 분노를 표출하는 동안 망가진 인간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화를 참지 못하는 병을 고치지 못하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이 피해를 당하게 된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화를 조절해서 표현할 줄 아는 강한 사람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화(火)를 다스리지 못하면 화(禍)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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