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을 ‘갑’으로 바라보자.
다문화가정을 ‘갑’으로 바라보자.
  • 조용오 <보은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승인 2015.03.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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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조용오 <보은경찰서 정보보안과장>

며칠전 보은경찰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함께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성폭력·가정폭력 등 4대 사회악 척결을 위한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보은군의 다문화가정은 총 270여 세대이다. 이들 중 회인·회남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과 배우자 등 20여명을 첫번째 주인공으로 선택, 그 지역의 한 식당에서 그들을 처음 만났다. 

보은경찰서는 이들에게 개정된 가정폭력 관련법을 설명하고 최근 관내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사례들을 소개하며 예방법과 대처요령을 알렸다. 동시에 이들이 가장 피해를 보기 쉬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신고 요령 및 사례와 대처법 등도 홍보했다. 

교육 후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남편들의 애로 및 건의사항이 쏟아졌다. 대부분 아내의 면허증 취득과 관련된 것으로 즉석에서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해법도 알려줬다.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자그마한 팁도 농담을 섞어 알려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가 진행됐다. 

이날 교육은 긴장감이 흐르며 시작됐지만 식사를 마친 후에는 참석자들과 경찰관, 다문화가족센터 직원 모두가 한마음이 돼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됐다. 짧은 시간 안에 서로간의 벽이 허물어지고, 이웃이 되었음을 말하지 않아도 서로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이날 범죄예방교육에 대한 반응은 예상과 달리 아주 뜨거웠으며, 그로 인해 필자의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다문화가정을 경찰서로 초대하지 않고 직접 그들의 생활 터전으로 찾아가 교육하고, 결혼이주여성뿐 아니라 동고동락 하는 남편들도 함께 교육에 초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 필자는 그들이 가정을 이루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장, 그 현장 속으로 뛰어 들어갔기에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던 ‘갑질의 횡포’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범죄예방교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은경찰서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평범한 사람도 낯선 환경에 가면 어색하기 마련인데 무조건 경찰서로 참석하라는 것도 어찌 보면 갑질이 아닐까? 그래, 우리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보자’ 라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으로 생각지 못한 뜨거운 반응을 경험한 것이다.

보은경찰서는 앞으로도 군을 권역별로 묶어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범죄예방교실을 운영해 다문화 이주여성 관련 범죄 제로화를 이루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뿐 아니라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기관들, 이웃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갑’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삶의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처럼 그들이 있는 곳을 자주 찾아가 만나고 대화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손이라도 잡아준다면 그들은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로인해 그들은 갑절 이상의 감동을 다시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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