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목련꽃
  •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 승인 2015.03.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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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시를 읽노라…’

학교 다닐 때 국어선생님의 멋진 시낭송은 세월을 지나 봄만 되면 가끔 기억이 난다.

충북교사연구회인 ‘샘나’는 주기적으로 충북교육과학연구원 실험실에서 교사 간의 상호 정보를 교환한다. 그때 목련꽃을 따서 따뜻한 물에 넣어 차를 마시니 목련꽃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김유정의 동백나무가 우리가 아는 남쪽에 서식하는 동백나무가 아니라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한다는 것도, 알싸한 맛은 남쪽의 동백나무에선 느낄 수 없다는 것도, 생강나무와 산수유 꽃의 차이도 그때 알았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산에 오늘 때 우연인지 자연의 선택인지 몰라도 몸이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 옆을 보면 생강나무가 있다. 잎을 따서 비비거나 줄기를 잡아서 냄새를 맡으면 정신이 맑아진다. 피로도 풀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꼭 필요할 때.

목련꽃은 학교 정원에 많이 피어 있다. 하얀 모습이 마음을 순하게 만들어준다. 목련꽃 잎은 아름다운데 빨리 꽃이 떨어지고 열매만 남아서 슬프다. 열매가 되기 전에는 꽃 속에 암술과 수술이 있는데 수술은 마치 작은 조각이 여러 개가 둘러싸여 있다. 암술은 돌기가 있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우리가 평소에 보았던 꽃가루는 목련꽃에서 찾기가 매우 어렵다.

교과서에서 우리가 배운 암술과 수술의 형태는 매우 일부분이고 한정되어 있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다양한 수분자를 만족하게 하고, 자신의 꽃에 있는 화분을 먼저 수분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것과 달라야 한다. 같으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꽃에서 암술과 수술 및 꽃잎이 동일하다면 수분자도 동일하고 한정되었다는 것인데 기후변화에 의해 수분자가 없어지거나 수가 작아지게 되면 수많은 꽃들이 수분을 하지 못하여 다음 세대를 만들지 못한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이 왔다. 많은 꽃이 피고 질 것이다. 잠시 꽃의 향기를 맡고 자연을 음미해 보자.

봄이 되면 다른 꽃이 피듯이 다른 학생들이 학교에 온다.

그들은 이 봄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시를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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