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들에게 드리는 고언
조합장들에게 드리는 고언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3.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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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산천에 새 봄이 왔다. 

동면을 하던 동물들도 일상으로 돌아오고, 언 땅을 비집고 나온 새싹들도 봄을 만끽하고 있다.

이처럼 만물이 약동하는 을미년 청양의 해 새봄을 맞아, 충북도에서 72명의 조합장이 탄생했다.

이들은 지난 3월 11일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조합원 직접투표로 선출되었고, 앞으로 4년 간 지역의 농협·축협·산림조합을 이끌게 되었다.

총 72명 당선자 중에서 수성에 성공한 현직 조합장은 34명이고, 새로운 인물로 물갈이 된 조합장은 38명으로 전체의 52.8%를 차지했다.

이처럼 농심은 안정보다 변화를 택했고, 조합마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선거공영제로 실시되었고, 조합원들의 투표율도 평균 78.6%에 달해 정통성과 합법성을 부여받았다. 

일부 당선인들이 부정선거 혐의로 검경으로부터 조사받고 있으나, 당초 혼탁을 우려했던 것에 비해 불.탈법이 적었던 비교적 무난한 선거였다는 세간의 평이 있어 안도된다. 

하여 당선의 영예를 안고 취임한 조합장 모두에게 축하 인사와 함께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금년도 서울대학교 입학식에서 참석자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던 김난도 교수의 축사 한 구절을 조합장들에게 드린다. 

‘당신이 여기 앉아있기 위해 탈락시킨 누군가를 생각하십시오. 당신은 승리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채무자입니다.’

그렇다. 선거에 이겨 조합장이 되었지만, 그래서 승자임이 분명하지만, 당신들 역시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채무자인 것이다. 

경쟁자와 양보자에게는 일할 기회를 빼앗은 빚을, 지지해준 조합원에게는 성원의 빚을, 지지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는 불신의 빚을 졌다.

그동안 이웃과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성장해 일가를 이루었으니, 이 또한 채무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런 채무의식을 갖고 직무에 임하면 교만해지지 않고, 빚 갚는 심정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조합은 번성하리라.

둘째, 조합을 둘러싼 엄혹한 현실이다. 농협은 농협대로, 축협은 축협대로, 산림조합은 산림조합대로 넘어야할 많은 시련과 도전이 있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이 업계에 살벌하게 잔존하고 있고, 합병과 도산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WTO와 FTA시대에 국내 농축산업과 임업은 고단함 그 자체다. 

국제경쟁력은 떨어지고, 시장은 날이 갈수록 외국산품에 잠식당하고, 영업이익도 오그라드는 추세에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역 간, 조합 간 경쟁 또한 산 넘어 산이다. 

조합장들의 앞날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가시밭길이다. 그러므로 그 가시밭길을 담대하게 헤쳐가는 유능한 조합장이 되어야 한다. 

셋째, 조합장은 조합을 경영하는 경영인이지, 지역의 정치인이 아니다. 선거직은 모두 정치직이란 말에 동의한다. 

조합장도 시장 군수와, 도, 시.군 의원처럼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하는 선거에서 선출되니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 조합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정치적 기능과 역할도 있으니, 아니라고 딱히 말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합장은 조합을 경영하는 경영인이어야 한다. 

조합경영을 잘 하라고, 수익을 창출해 그 과실을 조합원에게 골고루 나누어달라고 뽑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역의 기관장들과 어울려 폼만 잡는 조합장이 되어선 안 된다.

끝으로 조합장은 조합의 대표 조합원이다.

농협조합장은 조합의 대표 농업인으로, 축협조합장은 조합의 대표 축산인으로, 산림조합장은 조합의 대표 임업인으로 우직하게 그 길을 가야한다.

그래야 조합도 살고, 농축산업도 임업도 산다.

아무쪼록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는 멋진 조합장이 되기를 충심으로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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