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진(古鎭)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묻다
중국 고진(古鎭)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묻다
  • 박상일 <역사학자·청주문화원부원장>
  • 승인 2015.03.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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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박상일 <역사학자·청주문화원부원장>

지난주에 충북 문화계의 몇몇 지인들과 함께 중국 장강(長江) 하류지역을 답사하고 왔다. 우리나라에는 양자강(揚子江)으로 알려진 장강은 중국 대륙 중앙부를 흐르는 강으로 아시아에서는 가장 길고 세계에서도 세번째로 긴 강이다. 중국에서는 황하(黃河)와 함께 중화문명의 발상지로 여기며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중국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번 답사의 주목적은 장강 하류의 충적지에 형성된 수향(水鄕)인 서당(西塘)과 주장(周庄)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수향이란 말 그대로 물의 마을인데 자연적으로 물가에 형성된 어촌 마을이 아니라 인공으로 조성된 물길을 따라 집들이 이어지고 대문 앞 물길은 우리의 마을 골목길처럼 모든 집으로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다. 집집마다 문밖에는 작은 배들이 매어져 있으니 이 배를 타고 마을도 가고 시장도 보고 멀리는 수도 북경까지도 갈 수 있다. 집 안마당까지 들어온 물길을 따라 밖으로 나가면 수(隋) 양제(煬帝)때 장강과 황하를 연결하기 위해 항주에서 북경까지 장장 1700㎞를 건설한 경항대운하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대문 앞에 넘실대는 물이 사시사철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고 한번도 넘친 적이 없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얼핏 보면 동남아시아의 수상가옥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입지부터 다르다. 인공운하를 따라 주택가를 형성한 점에서 오히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비슷한 형태여서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수향이 장강 하류에만 20여곳 남아 있다. 

우리가 눈여겨보고 한없이 부러워한 것은 수향의 물길이 아니라 그 언저리에 형성된 옛 마을 즉 고진(古鎭)이다. 수향은 지형과 기후의 특성상 우리나라에는 있을 수 없지만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진의 풍경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고진은 시골의 오래된 소도시를 말하니 대략 고읍(古邑)이라 이해하면 될 듯하다. 중국에는 고진이 전국 곳곳에 있고 거의 모든 대도시 중심에는 고성(古城)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화된 도시 속에서도 일정 구역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도록 보존하여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8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계속하면서 도시의 면모도 고층빌딩이 숲을 이루는 현대도시로 바뀌고 있지만 도심에 자리하는 고성과 각종 유적은 잘 보존하고 오랜 삶의 터전이었던 주택지역과 골목길을 남겨두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의 관심은 현대화된 도시풍경이 아니라 그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이고 그곳 사람들의 삶의 참모습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문화대혁명과 급격한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많은 유적이 사라지기도 하고 변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하면서도 전통문화 보존에 힘썼고 개발보다는 원형대로 보존함으로써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청주에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청주시가 옛 연초제조창 일원을 대상으로 벌이는 도시재생 선도사업과 관련, 복합쇼핑몰 등 상업시설 유치계획에 시민단체와 원도심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도시재생이 도시재개발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청주는 천오백년 역사를 간직한 고도라는 인식 위에 도시재생의 기본개념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옛날 현의 치소였던 우리 충북의 황간 청산 회인 문의 청안 연풍 영춘 같은 지역은 지금 좀 낙후되었다고 해서 대도시의 흉내를 낼 것이 아니라 고읍의 원형을 살리는 도시재생이 이루어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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