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나의 벗, 수향아!
소중한 나의 벗, 수향아!
  • 김미경 <계룡시의원>
  • 승인 2015.03.1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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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미경 <계룡시의원>

우리 조상들은 추운 날씨임에도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다. 꽃샘추위라고. 봄이 서성이나 차가운 날씨속에 “친구야 수술은 잘 끝냈니?” 상상하지 못 했던 너의 암 발병 소식에 지난 금요일은 하루 종일 눈물로 보냈어. 더구나 수술이 임박해서야 알게 돼서 얼마나 마음이 미어지던지.

왜 이렇게 놀라는지는 너도 잘 알지? 15년전 친구 미희가 너랑 같은 병으로 병아리 같은 아이들 셋을 남기고 먼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야. 그래서 미희, 숙경이 나, 이렇게 셋이 여고시절 삼총사 중에서 남은 숙경이랑 나는 둘이 만나는 것도 꺼리고… 늘 셋이다가 둘만 남으니 빈 한자리가 눈에 밟히는 등 미희 생각이 너무 간절해서 숙경이랑 나는 만나지도 못했지. 그것을 너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들끼리라도 삼총사를 만들자고 했었지만 미희의 그림자가 너무 짙어 결국 서로 만나지 못했지. 그랬는데 네가 미희와 같은 이름의 암이 발병했다니 내가 얼마나 놀랐겠니?

단발머리 여중생 2학년때 처음 짝으로 너를 만났지. 여린 눈매와 가느다란 몸매가 너무 안쓰러웠던 수향아. 위로 오빠가 둘이나 있었지만 늘 부모님 걱정을 하던 장녀인 너와 가까워진 것은 그해 7월이었어. 등교시간부터 쏟아지던 비는 하교 시간이 지나도록 그칠 줄을 몰랐고, 도로마다 차고 넘친 빗물로 한 노선만 남기고 시내버스가 다 끊겨서, 집에 못가고 울고 서있는 나를 너는 너희 이모 집으로 데리고 갔지. 나중에 알고 보니 너도 버스가 끊겨서 너희 집에 못가고 버스로 갈수 있는 이모 집으로 갔는데, 이모 부부도 직장에서 돌아올 수 없어서 빈 집으로 너를 가라고 했다지. 낯선 집에, 그것도 친구의 이모 집이라니 내가 얼마나 주눅 들고 조심스러워 했던지, 굳어있던 나의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며 밥상을 내밀고 활짝 웃어주던 너의 그 웃음에 굳어있던 마음이 녹아 어두워오는 이모 집 툇마루에 앉아 낙숫물을 손에 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었지. 

그 후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서로가 보고 싶어 우리는 방학도 싫어했었잖니. 3학년때도 같은 반이 돼 환호를 지르며 행복해하던 우리가 고등학교를 각기 다른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헤어지던 졸업식 날 우린 하염없이 울었었지.

그렇게 추억이 많은 소중한 수향아! 친정인 진주에서 너는 남편과 아이들과 작은 마을 어귀에 있는 너의 집에서 저녁노을을 보며 함께 밥을 먹자고 약속도 했었잖니. 그래서 남편의 고향마을에 집을 짓는 과정도 세세히 사진 찍어 전송해주기도 했지. 우린 하기로 해놓고 안 한 것이 아직 너무 많아. 이모님 집에서 했던 것처럼 비오는 날 해질 무렵 낙숫물을 손으로 받아보지 않았고, 서로의 아이들을 결혼시키면서 서로의 사돈을 비교하면서 우리 사돈이 더 낫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직 하지 않았고, 서로의 손주가 더 예쁘다고 다퉈보지도 못했고…

그런데 이것은 꼭 하고 싶어. 이번에 약속한 남해여행. 네가 말끔하게 병이 나아서 우리 둘이 바닷가 여행하는 것은 꼭 하자. 남편도, 아이들도 떼 놓고 여중시절 그 비오는 밤처럼, 억수로 퍼붓는 빗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열중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것을 꼭 하자. 깍지껴서 손잡고, 예쁜 해가림 모자 쓰고, 선글라스도 끼고, 아름다운 바위에도 서 보고, 모래에 파도가 스며드는 모래사장 바닷가도 거닐어 보고, 소라껍질도 귀에 대보고, 해질녘 창 넓은 해안가 창가에서 커피도 마셔보고, 선창가 민박집에서 미닫이 문 열어놓고 드나드는 뱃고동소리도 들어보자. 지금 너의 병은 꽃샘추위처럼 너의 행복을 시새우는 행복샘 병일꺼야. 수향아 행복샘 병 이기고, 꼭 씻은 듯이 나아서 우리 여행가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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