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달
얼음달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3.0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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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박미산
 
귀밝이술을 걸친 나는 비틀거리며 떠내려오는 얼음조각
부럼들을 깨물면서 달 반대편으로 발을 쑤욱 집어넣었다
 
오곡을 절구에 넣고 찧었다 초록냄새 가득한 시래기며
취, 고사리를 사정없이 먹어치운 정월 대보름달은 밤새
울퉁불퉁 조약돌을 밟았다, 달 처마 밑시렁에 박힌 별
들이 계곡을 따라 물속에 매달리고 마가목가지에 찢어진
달이 덜렁, 걸렸다 발목이 시큰했다
 
한밤 내내 싸돌아다니던 바람이 내 얼굴을 후려쳤다 눈
과 귀가 나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갔다 달이 자꾸 무너졌다
 
※ 일 년 중 가장 큰 달이 뜬다는 정월 대보름입니다. 어린 시절, 달에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아 저러다 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적이 있습니다. 염려가 사라진 지금, 얼음 조각 같은 달의 부럼, 오곡밥에 쓱쓱 비벼먹는 달의 맛이 색다릅니다. 사라질 것 같던 쟁반 같던 그달이 오늘도 뜨겠지요? 작은 소망 하나 달에 걸어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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