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잊으랴
어찌 잊으랴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03.03 1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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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프리랜서>

올해는 일제의 침략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3·1만세운동 96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갤럽은 3·1절을 앞두고 전국 성인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우리의 역사인식을 돌아보게 하는 단면을 보여 주었다. 

3·1운동이 일어난 해(1919년)를 묻는 질문에 32%만이 정답을 알고 있었고 17%는 오답, 51%는 모르거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 병합된 해(1910년)를 묻는 질문에는 19%가 정확히 답했고 23%는 오답, 58%는 모르거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 해방된 해(1945년)를 묻는 질문에도 58%만이 정답을 답했고 14% 오답, 29%는 모르거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일제식민지시대를 좀 더 상세히 다뤄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86%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답률의 비율은 60대 이상이 가장 낮았고, 그 다음은 2~30대였으며, 4~50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설문결과를 보면서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학창시절 줄줄 외우며 나라사랑 정신을 북돋우었던 독립선언문을 떠올렸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 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일제의 강압통치아래에서 신음하면서도 인류평등과 인류 공동의 생존권을 주창했던 당당함과 품위를 잃지 않았던 독립선언문의 문장을 외우며 민족의 무한한 자긍심과 고귀한 숨결을 느꼈었다. 

그리고 ‘最後(최후)의 一人(일인)까지, 最後(최후)의 一刻(일각)까지 民族(민족)의 正當(정당)한 意思(의사)를 快(쾌)히 發表(발표)하라.’던 공약 삼장(公約 三章)을 낭독하며 친구들과 비분강개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 3·1절을, 우리의 고귀한 역사를 잊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헌법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며 3·1운동이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임을 밝히고 있다. 

이렇게 소중하면서 오래되지도 않은 역사를 잊어가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자는 그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할 운명에 처한다.’ 고 하였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 고구려 역사를 지우려 하고,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며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의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나라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는데 정작 우리는 스스로의 역사를 잊으면서도 역사 교육에 소홀하고 있다. 

우리가 3.1 절을 잊는 다는 것은 일본에게 당했던 치욕의 35년을 잊는 것이요, 이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조상들의 피와 눈물을 저버리는 것이요,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과의 문제들에 대한 답을 포기 한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역사를 대학입시와 공무원시험의 필수과목으로 정한다고 한다. 역사 공부를 시험과 결부시키는 것은 고육지책일 뿐이다. 어려서부터 철저한 역사 인식과 바른 사관으로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로 나아갈 통로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는 과거의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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