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이별, 지방의 시작
3월의 이별, 지방의 시작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5.03.01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원치 않는 이별로 3월을 시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3월이 새학기가 비로소 시작되는 계절이라는 점이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다. 이맘때 여러 가족들이 애틋한 별리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고단한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비롯되는 속사정이 있다.

우리나라 백성들은 의무교육인 중학과정을 마치면서부터 사실상 전쟁상태나 다름없는 삶의 비장함을 피할 수 없다. 오로지 (좋은)대학에 진학하는 일에 매몰돼, 다른 일은 생각조차 사치스러울 지경이다. 요즘 고등학교는 (공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죄다 기숙사를 갖추고 있다. 전교생을 기숙사에 묶어두는 특별한 학교도 있고, 그럴만한 사정을 갖추지 못한 학교는 아예 1학년 신입생부터 성적순으로 기숙사 입사이거나, 집에서 통학해야 하는 학생들로 청춘을 구별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될 성부른 싹이다 싶으면 일찌감치 온실에 가두어 별도의 대접아래 훈육되는 셈이다.

그리고 3년의 고등학교 과정을 무사히 마친 뒤 목표대로 속칭  로 상징되는 대학 진학에 성공할 경우 부모와의 생이별은 고스란히 이어진다. 어쩌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진작의 가족과 헤어짐이 대학과 취업, 그리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올해의 경우 설날 연휴가 지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3월이 되고, 그 새달에 진학을 이유로 또 다시 고향과 가족 등 인연과의 별리가 이어진 탓인지 한결 애틋하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자식을 키우는 중·장년의 입장에서는 불과 며칠 전에 연로하여 쇠약해지신 부모님과 이제는 서늘하기 그지없는 고향의 애잔함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또 다시 맞이하는 어린 자식과의 생이별이어서 더 쓸쓸할 것이다.

문제는 전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데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몰려 사는 서울에 좋은(?)대학이 집중돼 있고, 또 거기를 거쳐야만 평탄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모순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 있다. 

하물며 상당수의 중앙정부부처가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로 이전하는 지방분권화 시대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육 여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니 그저 개선되기를 희망하기에 앞서 교육환경의 열악함을 이유로 가족의 주거이전을 주저하고 있음은 물론 분권의 방해요인이 되고 있음이 더 큰 문제다.

단지 품안에서 키우던 자식과의 생이별이 서러울 뿐만 아니라 등록금을 비롯해 주거와 먹는 일에 이르기까지 천문학적인 지방의 비용이 고스란히 서울로 바쳐지는 일과 그 부담에 전전긍긍하는 지방의 서러운 부모들의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도 참 딱한 일이다.

이제 지방에서도 사람을 키우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산업을 청주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으로 삼는 일은 세종시와 더불어 발전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강준만은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걸 지역발전 전략으로 삼는 ‘내부식민지’ 근성만큼은 꼭 청산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일수록 지역에 붙잡아두는 걸 지역발전 전략의 제1 원칙으로 삼지 않는 한 중앙의 오만한 지방 폄하는 계속될 것이며, 지역분권화는 신기루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 내부 개혁과 인재 육성을 지역분권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방에 사람이 많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3월, 이제 제대로 시작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