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날
찬란한 봄날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2.25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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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김유섭

나무들이 물고기처럼 숨을 쉬었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색색의 아이들이 교문을 나섰다
병아리 몸짓의 인사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문구점
간판이 물풀처럼 흔들렸다
자동차가 길게 줄을 서서
수만 년 전 비단잉어의 이동로를 따라
느릿느릿 흘러갔다
물거품으로 떠다니는 꽃향기 속
수심을 유지하는 부레 하나
박제된 듯 정지해 있었다
위이잉, 닫혔던 귀가 열렸다
아이를 기다리던 엄마가 환해지며
비늘 없는 작은 손을 잡았다
꽃무늬 빗물이 찬란한
누구나 헤엄쳐 다니는 봄날이었다
 
※ 봄은 자연에서 먼저 감지됩니다. 겨우내 묵묵히 서 있던 나무들도 잉태하듯 가지 끝에 파릇한 기운이 감돕니다. 메마른 가지를 타고 오르는 수액에 나무도 물고기처럼 숨을 내쉽니다. 단단하던 기둥이 들숨과 날숨으로 번져나며 봄을 빨아들입니다. 달라진 삶결, 봄은 이미 곁에 와있습니다. 찬란한 햇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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