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관광에 대하여
여행과 관광에 대하여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5.02.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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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인간과 동물은 이동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동물은 땅굴이나 둥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날마다 먹거리를 찾아 분주히 움직인다. 

동물세계에서 탈 영역은 죽음을 의미하므로, 모든 동물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활동하고 움직인다. 

인간도 저마다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동물처럼 학교와 직장과 쉼터 등을 오가며 산다. 

그러나 조물주는 인간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을 주유할 수 있는 여행과 관광이라는 특별한 은사를 주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면 불편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심신의 충전과 위락을 가져다주는 이 은사야말로 인류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여행보다 한차원 높은 관광을 즐기게 되었다.

불쑥 어느 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기획되고 준비된 관광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유명관광지나 세계적인 명소를 찾아 그곳의 풍광에 젖고, 현지 음식을 맛보고, 낯선 문물과 문화를 체험하며, 유명상품도 쇼핑하며 즐긴다. 

인간은 그렇게 여행을 뛰어넘는 관광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는 관광산업이 발전하게 되었다.

여행과 관광이 같은 점은 개인의 자유의지로 일상 생활권에서 벗어나는 이동행위라는 점과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여행과 관광이 다른 점은 여행은 일상 생활권을 벗어나는 이동현상만을 특징으로 삼는데 반해, 관광은 위락적 목적을 수반하는 구체적인 이동행위라는 점이다.

여행이 의도성이 적고 비산업적이라면, 관광은 의도되고 기획된 산업적 소산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혼자하거나 인연 있는 소수의 동반자와 함께하는데 비해, 관광은 잘 아는 사람끼리 팀을 이루거나 불특정 다수와 함께하는 속성이 있다. 

관광은 가이드가 필요 없는 공간이동이나 방문목적의 여행과 달리 가용자금과 가용시간과 관광목적에 따라 기획되고 조율된다. 

그러므로 여행은 관광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21세기는 지식 정보 문화의 시대이자 관광의 시대이다.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대표산업으로 지역브랜드 상승은 물론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고 있어, 관광객 유치와 관광산업 확장을 위한 국가 간 지역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국가들이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국가이미지 개선사업과 관광 진흥정책을 펼치며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고, 지자체들도 관광인프라 구축과 특색 있는 이벤트와 지역축제를 개발해 관광마케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천시의 국제정원박람회와 함평군의 나비축제가 지자체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며, 통영시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관광인프라 구축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이들 지자체는 지역여건을 활용한 기발한 발상과 홍보로 국내는 물론 인접한 중국 일본 관광객과 지구반대편의 서구권 관광객까지 유인하고 있다.

아무튼 여행과 관광은 인간의 오랜 로망이다. 인간의 그런 로망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산업이 바로 관광산업이다. 여행이 인간본능에 기초한다면 관광은 문화적 경제적 가치에 기초한다. 그러므로 관광은 인간행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관광은 다다익선이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배타성이 적은 청소년기가 관광의 최적기다.

동·서양의 주요관광지를 관광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충격에 빠져봐야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가질 수 있고, 원대한 꿈을 키울 수가 있다.

청소년기의 관광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인 것이다. 그래서 손주와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이는 복인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망설이지 말고 그대도 그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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