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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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전 청주시장>
  • 승인 2015.02.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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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전 청주시장>

참 세월은 빠릅니다. 새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새로운 달의 끝자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음에도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는 채 한 달을 보낸것이지요.

저 역시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계획한 책은 반도 못 읽고 체중도 계획대로 빼질 못하고요. 다만 지난 가을부터 이상을 느꼈던 목안을 체크한 결과, 또다시 파필로마(papilloma)가 나타나 레이저치료를 받은 것만이 남는군요. 

이번에는 의사선생님께서 확실히 하자고 주의사항을 단단히 일깨우시네요. 담배는 원래 피질 않으니까 괜찮은데 술은 이 기회에 끊으라고 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와 탄산음료는 성대를 건조시키니까 당분간 마시지 말라고 합니다. 노래도 석달 이상 부르면 안된다네요. 음치니까 상관없고 음료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 문제될 것은 없는데 술을 끊는 것은 문제군요. 술친구들을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지요. 그래도 노력은 해야겠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파필로마가 왜 나는 목안에 생겨 말을 못하게 만드는지 야속하기만 합니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레이저로 떼어내니까 간단한 수술이지만 그 이후가 어렵습니다. 성대기능회복을 위해서는 말을 거의 보름이상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스님들이 고행하며 마음을 닦는 ‘묵언수행’을 해야 하니까요. 

이번에는 의사선생님이 더 조심하라 해서 가능한 좀 더 말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답답해도 참아야지요. 

2013년 9월호 과학동아에 ‘마취’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수술에는 끔찍한 통증과 상처의 감염을 막는 일이 중요한 요소인데 이를 위한 ‘마취’와 ‘소독’은 외과의 지위를 끌어올린 진정한 치유의 기술이 되게 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중 ‘마취’는 고대사회부터 행해지고, 중세 아랍에서도 마약성분을 이용한 마취가 있었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수술을 위한 마취로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해요. 18세기 들어와 어떤 기체를 흡입하면 몸의 상태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면서 마취효과를 얻는 기체를 찾게 되어 1846년 10월 16일 전신마취에 의한 무통수술을 최초로 했다고 합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목안에 종양이 난 환자를 윌리엄 모턴이라는 치과의사와 존 워런 이라는 외과의사가 성공적으로 수술을 했다고 하네요.

그로부터 발달한 마취는 현재 통증을 조절하는 일 뿐이 아니라 생리적 상태의 조절도 가능하게 되어 저체온상태로 심장수술을 한다든지, 심장을 이식할 때 일시적으로 환자의 혈액을 몸 밖의 기계를 통해 순환하게 하는 첨단기술이 적용될 정도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또한 종전에는 수술에 따르는 극심하지만 단기간의 급성통증을 위한 마취에서 통증의 정도는 약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으면서 진통제 등으로 해결되지 않는 만성통증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02년 ‘마취과’를 ‘마취통증의학과’로 개명하는 의료법개정이 이루어졌다는군요. 

어쨌거나 저는 이러한 마취의 덕을 톡톡히 본 환자입니다. 이 마취를 위하여 애써온 선인들과 지금도 애쓰고 계신 마취의들께 감사드리며 가능한 이들에게 더 이상 신세지는 일이 없도록 새해에는 정말 건강을 위하여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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