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마지막 수업
  • 이영숙 <시인>
  • 승인 2015.02.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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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영숙 <시인>

인간의 본성이란 주제로 6학년 마지막 논술 수업을 하는 날이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을 연상하는 듯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진지하게 참여했다.

6년 내내 논술 수업을 해오던 몇몇 제자들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 고자의 성무선악설에 대한 토론을 진행하였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했다는 아이들은 위기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도와주려는 예를 들었고, 악이라는 아이들은 공짜 물건 앞에서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들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환경에 따라 달라지니 오히려 선악을 동시에 지닌 성유선악설에 가까우며 고자의 성무선악설은 타당치 않다고 반박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에서 그린 예수와 유다의 모델이 똑같은 인물이었음을 상정할 때 인간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선악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존재라고 추론했다.

그렇다면 선과 악이 공존하는 개인과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선한 사람에게는 선하게 대응하고 악한 사람에게는 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한 사람에게는 선하게, 악한 사람에게는 악하게 대응해야 선한 사람의 피해가 줄고 악한 사람의 행동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그야말로 팃 포 탯(Tit for Tat)게임이다.

입으로만 선하게 살라고 했던 기성세대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며 부분만을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고에 대한 질타이다.

마지막수업을 마치자 교실 뒷문으로 자장면과 탕수육이 배달되었다. 졸업을 앞둔 6학년 제자들에게 해주는 연례행사이다. 참새 떼처럼 재잘거리며 책상을 모으고 앞 접시를 나누는 학생들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방과 후에 하는 논술수업은 ‘내가 먼저’가 아니라 ‘우리 함께’를 배운다.

동년배의 다양한 생각도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를 묻는 수업이어서 철학적인 사고와 함께 창의력이 크게 향상된다.

논술은 삶을 숙고하게 하는 과정이며 따뜻한 삶을 함께 나누는 수업이다. 시험을 보고 나면 사라지는 휘발성 지식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실천하는 일원화된 생교육이다. 학교 폭력이 군대 폭력, 가정폭력, 사회폭력으로 확장되고 예수의 모델로 섰던 선한 얼굴이 유다의 모델이 되는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아름다운 삶을 나누지 못하고 보여주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시를 쓰면 생각이 예뻐져요. 시를 쓰면 마음이 착해져요. 시를 쓰면 두 눈이 바빠져요. 얼음이 녹으면 따뜻한 봄이 와요. 봄이 오면 꽃이 피어서 좋고요. 꽃이 피면 우리도 꽃처럼 웃어서 좋아요. 가난한 사람들은 춥지 않아서 좋고요.”

제자들의 고백처럼 그들이 만들어갈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길 소망한다. 경쟁 사회에서 ‘내가 먼저’가 되기 위해 상대를 누르는 구도가 아니라 ‘우리 함께’를 외치며 수평으로 나아가는 삶이길 희구한다. 그래서 이 땅의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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