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2.1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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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스물여덟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20장 장졸 상공(張拙 相公)께서 깨달은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장졸 상공이 석상경제 선사를 참배했는데 석상이 묻기를 “선배가성(先輩家性)이 무엇이냐?” 장졸이 대답하기를 “이름은 졸이고 성은 장입니다.” 석상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교묘함을 찾아도 마침내 얻을 수 없는데 졸(拙)은 어디로부터 왔느냐?” 장졸이 그 말을 듣고 깨달음이 있었고 이에 게송을 지어 말하였다.

광명이 고요하게 비추어 법계에 두루 하니/ 범부와 성인, 모든 생명들이 다 한집이네./ 한 생각이 나지 아니함에 전체가 나타나고/6근(根)이 겨우 움직임에 먹구름 가리움을 입는다./ 번뇌를 끊어 제거함에 거듭 병만 더하고/ 보리에 나아가려는 것도 또한 삿된 것이네./ 여러 가지 인연을 따라 걸림이 없으니/ 열반과 생사가 모두 허공 꽃이네.

석상경제 선사는 도가 높은 스님이란다.

선배(先輩)란 장졸 상공을 가리키는 말이란다.

‘교묘한 것도 본래 없는데 교묘하지 못한 졸은 어디서 왔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등도 본래가 없는데 열등이 어디 있겠느냐는 그 말과 같은 뜻이다. 그 말에 장졸이 깨달았다는 것이다. 항하 모래수와 같은 많은 세계, 그야말로 우주법계 전체를 가리킨 것이니 마음광명이 우주법계에 두루 했다는 것이다. 모든 유정물들이 다 한 집이다. 자타가 둘이 없고 너와 내가 다 하나의 집이라는 것이란다.

6근(根)이 움직인다는 것은 분별심이 일어나는 것이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지각 6식(識)이다. 즉 사물을 인식하거나 이해하는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6근을 통해서 생각이 발동하면 먹구름이 밝은 태양을 가려 천지가 어두워지는 것처럼 전체가 나타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번뇌를 끊으려고 하는 그 자체가 망상이기 때문에 번뇌를 끊으려고 하는 그것이 도리어 번뇌의 병을 더한다는 것이겠다. 또 보리에 나가려고 하는 것도 삿된 것. 그래서 ‘불사선 불사악(不思善 不思惡),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는지.

깨닫기 전에는 걸리는 것이 많았지만 깨닫고 보면 하나도 걸리는 것이 없단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인연에 따라서 수순해도 걸리는 것이 없는 것. 이는 보든지 듣든지 말하든지 대인관계를 하든지 여러 가지 견문각지에 걸림이 없다는 것이겠다.

그러니까 생사와 열반이 다 부질없는 짓이다. 열반은 진(眞), 참된 것이고 생사는 망(妄), 허망한 것인데 진망 그 자체가 전부 다 허공 꽃과 같고 하나의 꼭두각시이고 눈 홀림이라는 것이란다.

허공 꽃은 눈병이 나서 본래 없던 것이 보이는 것. 이 꽃이 보이는 것은 본래의 깨끗한 눈은 아니라는 것. 병든 눈 때문에 없던 것이 생겼으니까 병든 눈이 아닌 차원, 즉 본래 청정한 마음에는 생사와 열반도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살다 보면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으로 인해 흔들릴 때가 있다는 것.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회는 그만큼 복잡해지는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나만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급변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들이라면 인생이라는 것과 직장 생활이 차라리 장거리 마라톤을 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나 고민 등은 툭 터놓고 해소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지금 선 자리에 회의가 들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를 때 누구나 한 번쫌은 흔들릴 때가 있다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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