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더럽히는 것
사람을 더럽히는 것
  •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 승인 2015.02.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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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나라의 중책을 맡기 위해서 청문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 논문표절, 황제특강에 이어 특혜채용, 언론통제까지 의혹에 의혹을 더하고 있습니다. 앞서 청문을 통과한 많은 사람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고 통과하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뿌리는 마음 안에 품은 욕망입니다. 감추어진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기 자신과 하늘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욕망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얼짱’ ‘몸짱’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외면을 중시하는 말입니다. 어떤 이는 성형수술을 하고 겉모양을 가꾸는데 온갖 노력을 다 쏟아 붓습니다. 반면 속을 가꾸는 데에는 소홀히 해서 내면을 황폐하게 버려둡니다. 심지어 ‘감정에 충실하자.’ ‘솔직한 것이 좋지 않으냐?’하면서 자신의 악한 생각을 합리화하고 행동으로 옮기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죄악에 대해서 많이 무뎌졌습니다. 그러나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겉뿐만 아니라 속까지도 보시는 분이십니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속마음을 들여다봅니다.’(1사무16,7). 그러니 내면을 더 깨끗하게 가꾸어야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마음짱’ 을 추구해야 합니다.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람이 그 만물을 다스리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보시니 좋더라.”, “보시니 참 좋더라.”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창조된 모든 것은 다 좋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을 더럽히고 안 더럽히는 것은 사람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사실 좋고 나쁨은 사람들이 서로 비교하여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더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좋게 창조된 것이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면 사람을 더럽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것도 자기 욕심을 채우는 데 쓰려고 하면 더러움을 만들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마음 안에 품은 육의 욕망은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을 밖으로 표출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 안에 무엇을 담고 있는지를 자주 확인해야 합니다. 정작 문제는 외적인 것에 있지 않고 내적인데도 외적인 것에 연연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그러니 내면을 깨끗이 해야 합니다. 밖으로 나오는 것은 안에 담겨 있던 것입니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글입니다.

“당신의 행동에 있어서는 활달하며 당신의 대화에 있어서는 조리를 지키며 당신의 사상에 있어서는 방황하지 말고 당신의 영혼에 있어서는 내적인 분란과 외적인 혼란을 없애고 실생활에 있어서는 여가가 없을 정도로 분주한 생활을 하지 말아라. 사람들이 당신을 죽이고 당신을 갈기갈기 찢고 당신을 저주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렇다고 이러한 것들이 순결하고 현명하고 건전하고 올바르게 머물려고 하는 당신의 영혼을 방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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