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삼육(二三六)
아삼육(二三六)
  • 김권요 <영동군 추풍령면 주무관>
  • 승인 2015.02.1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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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권요 <영동군 추풍령면 주무관> 
 
우리가 둘도 없이 친한 사이를 표현하고자 할 때 흔히 ‘아삼육’이라는 말을 쓴다. 

아삼육을 한자어로 표현 할 때에는 중국식 발음을 사용하여 ‘아’는 이(二)로 성음(聲音)하기도 한다. 

이 말의 유래는 우리나라 전통놀이 중에 골패놀이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 골패는 고려시대 때부터 사용해온 놀이와 도박기구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어느때부터 사용했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중국 송나라때 생겨나 청나라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설과 우리의 투전이 시조로 동북아로 퍼져나갔다는 설이 있다. 문헌에는 조선 헌종때 학자인 이규경이 쓴 실학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골패라는 기록이 있다. 골패는 바둑과 함께 양반계급과 부유층사이에서 널리 퍼진 놀이이다. 

모두 33개의 나무조각으로 되어있는데 이 골패중 ‘쌍진아’, ‘쌍장삼’, ‘쌍준륙’ 이른바 ‘쌍비연’이라하여 세쌍의 끗수가 세곱으로 되는 것이 가장 좋은 패라고 한다. 요즘으로 치자면 고스톱 에서 고도리끗수 정도인 듯 싶다. 

아삼육은 바로 이 세쌍의 패 끗자(수)를 딴 말에서 생겨났다. 그래서 단짝을 비유하거나 서로 호흡이 잘맞을때 아삼육이라 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실 삶에 있어 나와 생활정서가 어우러지는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모임이나 친한 분들과의 술자리에서 애써 마음을 내어 아삼육의 관계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만큼 같은 뜻을 가진 좋은 분들과의 만남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인간애의 본능인 듯 싶다. 

하기야 한국인에게 우선되는 가치관이 서양인의 법리(法理)에 비해 정(情)적인 것이라면 아삼육에 의한 인간애의 내보임도 생활의 한 부분인 것 같다. 내 주장을 하거나 불평불만을 토로하거나 남에게 할 수 없는 고충을 ‘아삼육의 힘’을 빌어 털어 놓기도 한다. 때론 슬픔을 함께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원래 개별적, 논리적, 차별성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서로간에 긴밀한 결합관계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모두는 결국 같은 정서를 가지고 삶의 지배를 받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아삼육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같은 직장에서의 소속 부서원들은 모두 아삼육이 아닌가?

생활속에 스며드는 아삼육은 우리의 삶을 유연하게 해주는 애정의 성분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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