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 똑바른 사람
똑똑한 사람, 똑바른 사람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5.02.11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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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똑똑한 사람이 넘쳐난다. 아니 온통 똑똑한 사람 천지다.

모두들 지가 최고고, 지가 제일이다. 그런 똑똑함이 서로 양보 없이 부딪치니 세상이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요란하고 시끄럽다. 

어딜 가나 똑똑한 사람 천진데, 똑바른 사람은 쉽게 볼 수 없다. 아니 똑바른 사람이 설 땅이 마뜩하지 않다.

파당이나 우군을 만들지 않고, 법을 준수하고, 양심적으로 살면 늘 똑똑한 사람들에게 치이고 손해 보기 십상이다.

이처럼 똑바른 사람이 손해 보는 이상한 나라에 우리가 산다. 

‘똑똑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또렷하고 분명하다, 사리에 밝고 총명하다, 셈 따위가 정확하다 이다. 유의어로 똘똘하다, 영리하다, 총명하다, 맹랑하다 등이 있다.

‘똑바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곧다, 말이나 생각 행동 따위가 이치나 규범에서 벗어남이 없이 옳고 바르다 이다. 유의어로 곧다, 올바르다, 옳다 등이 있다.

이렇게 사전적 의미로 보면 ‘똑똑하다’와 ‘똑바르다’는 나무랄 것 없이 좋은 말인데, 생활에서 느끼는 온도 차이는 사뭇 다르다. 

똑똑한 사람은 자기중심적, 이기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똑바른 사람은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 융통성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다들 제 자식이 남의 자식보다 잘 생겼고, 더 똑똑하다고 착각하며 산다. 

아이가 풍선볼을 발로 뻥 차면 축구영재가 될 거라고, 유명 가수의 춤과 노래를 곧잘 따라하면 가수신동이 나왔다고, 한글이나 영어를 또래 아이들 보다 일찍 깨우치면 천재가 났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천재라 믿고 비싼 영재교육을 시켰다가 자식도 잃고 가산도 탕진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숱하게 본다.

2등도 부족해 1등을 하라고 닦달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1등 지상주의에 매몰된 자에게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기대할 수 없다. 

타인은 모두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상생하고 윈윈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미학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이 경쟁에 밀리면 낙심하고 절망해 자폐증에 빠진다. 술과 마약과 게임에 중독되기도 하고, 심한 우울증과 조울증에 걸려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병영 내 총기난사 사건이나 가혹행위들도 대부분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저지른 참극이다. 다들 똑똑한 아이들이 군에 가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똑똑한 사람이 되기 전에 똑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가정교육도 학교교육도 머릿속 교육보다 가슴속 교육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가슴 교육을 먼저 한 후, 지식 쌓는 머리교육을 해야 옳다. 

사람이 똑바로 서지 못하면 기업도, 사회도, 국가도 똑바로 설 수 없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일지라도 행실이 똑바르지 못하면 일과 조직과 사회에 해가 될뿐 결코 득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보다 똑바른 사람을 좋아한다.

학벌 좋고 스펙 좋고 돈 잘 버는 똑똑한 사람보다, 학벌과 스펙이 부족해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아도 똑바르게 사는 사람을 더 귀히 여긴다.

똑똑한 사람보다, 똑바른 사람을 사랑한다.

치부와 출세에 능한 똑똑한 사람보다, 처세술은 젬병이지만 사람냄새가 나는 똑바른 사람을 사랑한다.

똑똑한 사람보다, 똑바른 사람을 존경한다.

남의 눈물을 밟고 높은 자리에 앉아 떵떵거리는 똑똑한 사람보다, 높이 날지 못했으나 약자와 빈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울어주는 똑바른 사람을 존경한다. 

오늘도 똑똑한 사람과 똑바른 사람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대여!

그대만은 부디 셈이 빠른 똑똑한 사람보다, 셈이 반듯한 똑바른 사람이면 좋겠네. 

천국이 바로 그들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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