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2.11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읽는 세상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이맘때면 절로 나오는 말이죠. 벌써. 이 말은 새해의 다짐도 옅어짐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시간의 속도에 밀려 두리번거릴 때 두꺼운 외투 안으로 스멀스멀 봄이 와있고, 언 땅에는 꿈틀꿈틀 연둣빛 생명이 돋아납니다. 기억 속에서 멀어지고 있는 다짐을 다시 돌아보라고 2월 달력에는 새해가 다시 들어 있나 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