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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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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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된 음모
박 을 석 <전교조충북지부 정책실장>

일전에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비참한 상황을 묘사한 동영상이 인터넷상에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내신관리, 수능준비, 대학별 본고사로 지칭되는 논술고사 공부로 신음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여실히 나타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죽음의 트라이앵글'의 한 축이라도 허물려는 사회적 노력이 있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우리나라 교육이 국내외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나름대로 거두고 있기는 하나, 여러 가지 병증과 문제점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대한민국 교육, 끔찍해!'라고 말해도 틀림없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해 지목하라면 모르긴 몰라도 80~90%는 주저함 없이 '입시'를 가리킬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와 권력은 서울대 출신이 지배우위를 점하는 피라미드 구조이며, 서울대는 그러한 학벌사회에서 고등학교를 위시한 모든 학교와 학생과 학부모, 학원계를 쥐락펴락하며 입시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입시체제 속의 이익을 편취하는 지배적 집단과 세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가히 입시동원체제로 편제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동원체제 속에서 기본적 인권은 말살되고, 정당한 발언은 짓밟히며, 합리적 토론은 봉쇄되고, 민주적 가치는 파괴되었다. 억압과 훈련, 평가와 서열화, 경쟁과 적대, 투쟁과 배척이 횡행하며, 자살과 자해, 질병과 이탈은 오로지 입시전쟁 최전선에 선 자의 몫이다. 그럼에도 이 비인간적인 입시독재체제를 허물어버리자고 아무도 외치지 않는다. 이 입시독재체제에 찔려 선홍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이겨내야 돼! 선두에 서야 돼!'라고 할 뿐….

이렇게도 힘들고, 이렇게도 캄캄한 우리 교육의 원흉을 어떻게 해보자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만과 분노가 쌓인다. 누군가 두들겨 패주고 싶다. 분명하게 대상화한 뒤, 우월적 위치에 서서 평가하고, 채찍을 휘두르고 싶다. 어떻게 하면 되지 누가 적당할까 그렇다. 답은 교원평가제 도입이요 교사들이다. "교원평가는 교사에 대한 증오에서부터 출발한다. 고통스러운 교육환경을 초래한 책임자로 교사가 호명되고 있다. 교사가 잘하면 교육이 좋아질 것이라는 환상과 함께 배후에 숨은 건 공권력과 기득권이다. 공권력이 교사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고 평가의 깃발을 들고 있다. 그리고 그 평가는 결국 누군가를 엮을 올가미가 될 것이다." (하재근 칼럼리스트)

승진가산점과 재정지원, 교육부(교육청)의 지도감독권으로 쥐어짜진, 불과 7개월여의 시범학교운영결과가 성공적이란다. 그런데, 28만여 교사가 교원평가제 반대서명을 했다는 결과는 왜 보지 못할까 정부와 수구언론이 물량공세 선전에도 불구하고, 왜 최근의 여론조사에선 찬성률이 50%도 안됨을 듣지 못할까 무엇이 다급해서 공청회를 하기 전에, 하지도 않은 공청회 결과를 바탕으로 교원평가제 도입계획을 발표하여야 했을까 뭐가 겁나서 경찰 3개 중대와 5~60명의 진행요원을 동원하여야 했을까 단상으로 뛰어오르고 마이크로 집회를 한 교원평가제 찬성 학부모단체는 내버려 두고, 왜 굳이 위법적 공청회에 항의하였을 뿐인 전교조 조합원을 25명 연행, 5명 구속영장 청구, 3명이나 실제 구속하였단 말인가 교원평가제 도입강행과 전교조 탄압은, 국민적 교육 불만에 편승하여 교사와 교사들의 단체인 전교조를 희생으로 삼음으로써 반사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노무현 정권과 수구기득권 세력의 기획된 음모가 답일 뿐이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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