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멈추는 힘
생각을 멈추는 힘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2.08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20장 도오(道吾) 스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도오 스님께서 어떤 스님이 “어떤 것이 조사선입니까?”라고 물으매 도오가 말하기를 “강남의 3월 달에 자고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로운 것을 멀리 추억하도다.”

(백운 스님이 말씀하셨다. “이 한 구절에 소리와 빛깔과 언어를 갖추었으니 이것은 이른바 ‘무릇 말을 하려고 할 때에 하나의 어구에 세 어구를 갖춘 것이니’ 뜰 앞의 잣나무라고 본분의 도리를 답한 것과 똑 같다.”)란 것이다.

향엄 선사는 조사선에 대해서 “나에게 한 기틀이 있어서 눈을 깜박여서 알려주어도 그 사람이 모를 경우에는 사미야! 하고 부르겠다.”고 했단다.

그런데 도오 스님은 “강남의 3월에 자고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로운 것을 멀리 추억 한다.” 고 그것이 바로 조사선의 도리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3월이면 꽃이 피고 풀잎이 돋아나고 풍경이 좋을 때이다. 자고는 종달새 같이 생긴 새인데 따뜻한 지방에 사는 새다.

여래선과 조사선을 여러 가지로 말하는데 ‘천지지천천지전(天地地天天地轉), 수산산수수산(水山山水水山), 하늘이 땅이고 땅이 하늘이 되어서 하늘과 땅이 바뀌고 물이 산이고 산이 물이 되어서 물과 산이 텅텅 비어버린 것이’ 여래선(如來禪)의 경계를 말한 것이란다. 즉 가난한 도리, 공(空)한 도리라는 것이겠다.

천천지지하회전(天天地地何會轉), 수수산산각사연(水水山山各宛然)이라, 하늘은 하늘이고 땅은 땅이니 어찌 일찍이 바뀌어졌겠는가? 물은 물이고 산은 산이어서 각각 완연하다는 것은 조사선(祖師禪)의 도리를 말한 것으로 ‘강남의 3월에 자고새가 우는 곳에 온갖 꽃이 향기로운 것을 멀리 추억 한다’는 도리와 같은 것이란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라고 한 성철 스님 말씀도 바로 조사선의 도리를 말한 것이란다. 또한 《금강경오가해》에서도 조사선의 도리를 이와 같다고 한단다. 

이는 하나가 없어지거나 공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부정을 한 번 거친 다음에 도로 긍정이 되는 도리이란다. 즉 무아(無我)의 도리를 체득한 다음에 진아(眞我)의 도리를 얻는 것이 아니겠는가.

요억(遙憶)과 상억(常憶)은 ‘멀리 생각이 난다’와 ‘항상 생각이 난다’는 말이다. 즉 도오 스님의 말씀 중 ‘향기로운 것을 멀리 추억하도다.’는 요억이 먼 옛날을 더듬어서 생각이 난다는 것과 비견되는 듯하다.

바이런 케이티도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에서 “생각은 그냥 나타납니다. 우리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생각이 저절로 일어날 뿐입니다. 그러니 ‘생각하다’라는 말보다는 ‘생각이 난다’라는 표현이 더 진실에 가깝습니다.” 라고 했다. 또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도 했다. 

요즘 ‘생각이란’ 것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일본 스님이 쓴 생각에 대한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즉 생각을 멈추는 힘이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명상의 본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의 도오 스님의 말씀, 성철 스님의 말씀처럼 조사선의 도리를 생각을 멈추는 힘의 단초로 삼아봄도 좋을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