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의 눈
# 봄이 오는가 싶다가 설핏, 눈이 날린 어제였습니다. 오늘을 뒤로하면 어제이건만 기억 속엔 까마득합니다. 영원할 것 같은 지금도 어제란 이름으로 동여매지는 것을 보면 사라지는 것이 오랜 과거만은 아닌 듯합니다. 잊거나 잃어버린 길들이 성성한 저녁하늘에 박혀 시인의 눈으로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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