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사랑노래
조그만 사랑노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2.04 2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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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의 눈


# 봄이 오는가 싶다가 설핏, 눈이 날린 어제였습니다. 오늘을 뒤로하면 어제이건만 기억 속엔 까마득합니다. 영원할 것 같은 지금도 어제란 이름으로 동여매지는 것을 보면 사라지는 것이 오랜 과거만은 아닌 듯합니다. 잊거나 잃어버린 길들이 성성한 저녁하늘에 박혀 시인의 눈으로 깨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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