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이 바로서야 한다
근본이 바로서야 한다
  •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5.01.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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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교수신문이 전국의 교수 7백24명을 대상으로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를 설문 조사한 결과 ‘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정본청원(正本淸源)이 선정되었다. 위선과 무책임으로 얼룩진 지난해를 거울삼아 2015년 을미년에는 정본청원의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한 것이다.

지난해 4월, 3백여 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에게 충격과 함께 큰 교훈을 남겼다.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평형수(平衡水) 수위를 낮춘 무지와 어리석음이 결국 세월호를 침몰시킨 것이다.

원불교 정산(鼎山)종사님은 근본을 잘 다스려야 함을 강조하셨다. 말씀하시기를 “무엇이나 근본에 힘을 써야 끝이 잘 다스려지나니, 육근의 근본은 마음이요, 마음의 근본은 성품이며, 처세의 근본은 신용이요, 권리 명예 이욕 등은 그 끝이니라.”(정산종사법어 무본편 1장)고 하셨다.

요즘 세상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어떠한가. 육신의 근본이 되는 마음, 처세의 근본이 되는 신용은 소홀히 생각하고 오직 권리와 명예, 이욕만을 추구하기에 바쁘다. 점점 인심이 각박해지고 우리의 삶이 힘들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자님께서 “군자는 근본에 힘쓰나니, 근본이 서면 도가 생기고(君子務本 本立而道生) 효도와 공경은 인을 행하는 근본이 된다(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고 하셨다.

근본이 바로 서면 그 가운데 도가 있고, 도를 행하면 덕이 나타난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남을 공경함은 곧 인을 행함이 되는 것이다.

내일의 주인공을 기르는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교권을 회복하는 일은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교육이 안고 있는 병폐를 인식하고 대안을 찾는 일은 스승의 자리를 온전히 돌려주는 첫 걸음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대우받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법과 질서가 무너지고 원칙이 무시된 사회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공자님께서 정치란 곧 덕을 베푸는 일이라고 하셨다. “덕으로써 다스림을 비유하여 말하면 북극성은 제 자리에 있고 여러 별이 그를 중심으로 도는 것과 같다(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고 하셨다.

나라가 바로서야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고 정치가 바로서야 세상이 편안해진다. 근본을 세우는 일은 바른 도를 밝혀 덕을 실천하는 일이다. 학교가 바로서야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지고 가정이 바로서야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

근본을 바로 세우는 일은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일이다. 정치인은 법과 질서를 지키고, 군인은 나라를 지키고, 교사는 교육현장을 지키고, 가장(家長)은 가정을 책임지고 잘 지켜야 한다.

724명 교수들이 선정한 희망의 사자성어처럼 2015년 을미년 새 해에는 나라의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하는 뜻 깊은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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