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봉사 큰 행복
작은 봉사 큰 행복
  • 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15.01.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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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 <충북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나는 밭도 없고, 논도 한 뼘 없는 사람인데, 매년 가을이 되면 맛있는 고구마를 수확하는 기쁨을 맞본다. 그 이유는 봄이 되면 청주 외곽의 작은 복지시설 인근의 밭에 고구마 심기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고구마는 구황작물이라 나 같은 형편없는 농부의 손길에도 잘 자란다. 고구마 줄기를 엉성한 솜씨로 듬성 듬성 심는데, 하도 일을 잘 못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는 통에 “과연 저게 잘 자랄까?”하고 염려가 된다. 

하지만 어김없이 가을이 되면 튼실한 고구마로 결실하여 엉성한 농부인 나를 기쁘게 한다. 올해도 복지시설 원장님으로부터 맛있는 고구마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았다. 사실 올해는 일도 많이 못해서 고구마 선물 받기가 좀은 미안했다. 

이 시설이 1997년 월오동에 있을 때 고3 담임으로서 학생들을 인솔해서 봉사활동을 갔던 것이 이 복지시설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고3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학부모님과 학생들을 설득하고 봉사활동을 실시하였다. 

그 후 장학사로 충북도교육청에 근무할 때 도교육청 1과 1복지기관 봉사활동 사업이 시작되면서, 당시 과장님과 의논하여 이곳과 결연을 맺게 되었다. 

바쁜 교육청 업무 중에도 토요일을 활용해서 과원들과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시작된 긴 인연의 끈을 다시 연결한 계기가 되었다. 

봉사라는 말을 사전에 찾아보니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나는 봉사 정신이 투철하거나 남을 위한 배려나 헌신적인 마음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다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써 아이들의 마음을 순화 시키고,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이라는 생각에 아이들과 주말을 이용하여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전부이다. 

사실 나는 지금도 봉사활동 만큼 좋은 인성, 생활지도는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아무리 자존감이 부족하고, 마음에 상처가 많아서 생활이 엉망인 학생들도 장애인을 돌보는 활동이나 고아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나면 아이들의 마음 속 깊이 느끼는 점이 있고, 생각과 행동이 서서히 변화되는 것 보았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신 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공부 하라는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모든 행사들이 그 해 하반기에 몰리면서 주말도 없이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겨우 한 달에 2번 방문하기도 힘들었다. 

2015년에는 좀더 자주 이곳을 찾아와 이곳 식구들과 함께 고구마도 심고, 서로 교제하고 나누고 싶다.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모른다. 

이제는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행복을 나누어 주고 싶다. 

봉사는 남을 위하여 약간의 시간을 나누어 주지만 자신에게는 엄청난 행복과 보람을 가져다주는 일이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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