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 이은희 <수필가>
  • 승인 2015.01.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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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은희 <수필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가 보다. 가다가 돌아보고 가다가 또 돌아본다.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는가 싶더니 이내 꺼이꺼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예 눈밭에 풀썩 주저앉아 “할아버지 불쌍해서 어떡하느냐.”라고 설움에 겨워 흐느끼는 할머니. 

눈이 하얗게 쌓인 산속에 자리한 봉분과 하염없이 울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관중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서질 못한다.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의 목멘 듯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이어져 더욱 감성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거나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영화관을 나선다. 아예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나서는 사람도 보인다. 배경으로 흐르던 할머니의 울음소리는 집까지 따라와 내내 귓전을 서성거린다.

손수건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감동 어린 줄거리다. 영화 ‘님아~’를 보러 가려면 손수건은 필수 지참이다. 눈물이 메마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눈물이 없다는 건 감성이 메말랐다는 것, 마음의 여유 또한 없다는 소리일 것이다. 어찌 보면 뜨거운 눈물을 흐릴 새 없도록 강요당하는 사회가 아닌가 싶다. 참 오랜만에 딱딱한 가슴을 어루만지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사랑의 본질과 진정성을 보여준다. 요즘 폭력과 공상물이 난무하는 속에서 산골 노부부의 사랑이 대성공을 거둘 줄 누가 알았겠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지고지순한 사랑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영화 한 편의 위력은 참으로 크다. 너도나도 영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또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자문하는 분위기이다. 

네덜란드에 노부부의 사랑에 견줄 만한 사연이 있다. 사랑의 상징탑처럼 높이 서 있는 죽어서도 손잡은 묘지이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있는 두 개의 묘지는 누가 봐도 낯설게 느껴지리라. 묘지의 주인공은 부부다. 생전에 서로 매우 극진히 아껴주었고, 죽어서도 함께하길 간절히 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부부는 종교가 서로 달랐다. 19세기에는 종교가 다르면 합장은커녕, 다른 종교에 대하여 배타심이 컸다. 

그 모습을 지켜본 지인들이 생각 끝에 담장 양쪽에 맞닿은 곳에 두 사람의 묘지를 각각 만들었고, 묘비를 담장 위로 높게 키워 서로 손잡게 하였다. 부부의 사랑이 얼마나 컸으면 그들의 바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조건 없는 진정한 사랑이 종교의 벽을 뛰어넘은 것이다. 죽어서도 손잡은 묘지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란 걸 상징하는 본보기가 된 것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인생이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쉽게 이혼을 결정하는 사람들, 살기가 어렵다고 아이를 버리고 가족이 자살하는 사건 등은 이 모두가 사랑을 잃거나 부족한 탓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선 표정과 말투, 심지어 숨결에서도 행복감이 묻어난다. 조촐한 삶에서 보여준 노부부의 사랑은 무미건조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심금을 깊게 울린다. 미숙한 내 사랑의 주소를 살피고 가슴의 온도를 짚어보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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