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주민세 인상안이…
차라리 주민세 인상안이…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01.2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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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참 분위기 파악 못 한다. 주말에 휴식을 취하던 중산층·서민들을 말 한마디로 분통이 터지게 한 사람. 바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얘기다. 

그는 지난 일요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힘이 들더라도 지난해 실패(?)한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계획을 올해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근혜 대통령의 결심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재가까지 받았다는 얘기니 100% 확정된 거나 진배없이 들리는 대목이다.

뉴스가 뜨자 난리가 났다. 가뜩이나 ‘연말정산 사태’로 심기가 불편해 있던 국민들이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분노와 다름없을 불만을 쏟아냈다.

“대통령을 (선거때) 찍은 내 손을 자르고 싶다”, “이 정권은 어떻게든 서민 주머니 털 생각만 하네”, “조금 있으면 대통령 지지율이 애국가 시청률하고 같아지겠다” 등등.

여론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행자부가 뒤늦게 장관의 말을 거뒀다. 일요일임에도 불구, 이날 밤 9시쯤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자치단체의 요구와 국회의 협조가 없는 이상, (주민세 인상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는 내용이었으나 실상은 ‘말 잘못 꺼낸 거니까 다시 무르겠다’는 얘기였다.

한심한 건 장관이란 사람이 지금 국민 정서, 즉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담뱃값 인상에다 연말 정산 사태 등 대다수 국민이 민생고로 아우성치는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은 듯하다. 

더구나 대통령의 결심까지 받아냈다고 호언을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퍼부어질게 틀림없는데도 말이다.

한심하고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장관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 장관은 자신의 주민세 인상안 강행 의지의 배경을 일선 지자체들의 재정난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심각한 지자체의 재정난을 직접 대통령께 설명한 끝에 결심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게 본인의 시각이라면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지자체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올린다니. 지자체라고 다 가난하지는 않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4년 10월 기준 서울 강남구의 재정자립도는 72%로 서울 대부분 기초단체가 70% 안팎이었다. 수도권도 성남시가 67%, 화성시가 64% 등 대부분 60%대로 나타났다. 지방 살림에 문제가 없는 곳들이다.

그러나 수도권을 벗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형편이 조금 낫다는 천안이 32% 정도이고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전북 남원이 10.1%, 경북 봉화가 10.2%로 최하위권이다.

서울과 수도권을 뺀 나머지 지자체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물론 부(富)의 불균형, 소득 불평등은 수도권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주민세 인상 명분을 전국 모든 지자체의 재정난으로 돌린다면 그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8일 대기업의 수도권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판교에 제2테크노밸리가 조성되고 인천에 대형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들어선다. 사실상 수도권 규제를 풀어준 셈이다. 정부는 올해 국가 당면 과제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들먹여왔다. 이번 조치가 그 시작인 셈이다. 

이러면서 일선 지자체의 재정난을 걱정하다니. 차라리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보단 주민세 인상안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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