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심리학의 함정
긍정 심리학의 함정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5.01.22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새해에 다짐한 일들(담배 끊기, 5kg 감량, 채식하기 등)은 잘되어가고 있습니까? 

흔히들 ‘꿈꾸면 이루어진다’, ‘꿈을 소망하라’, ‘긍정적으로 사고하라’고 말한다. 새해다짐을 한 대부분의 독자 또한 긍정적인 자기최면을 걸며 새해 다짐을 실천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아직 결과를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새해 목표를 달성하셨는지요?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개인과 사회를 번영시키는 강점과 장점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로 인간의 긍정적인 심리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인간의 행복과 성장을 지원한다. 긍정 심리학에서 말하는 ‘무조건적 긍정적 사고’는 진정 성공의 열쇠일까? 

요즘은 약간 주춤하지만 긍정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자기계발서의 붐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긍정적인 사고는 오히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심리학자 가브리엘 외팅겐은 말한다. 통념에 따르면 꿈은 우리를 자극하고 행동하는 데 필요한 영감을 준다. 

이에 대한 실증을 위해 외팅겐과 그 동료는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실험했다. 첫번째 집단은 다음주에 일어날 일에 대해 무조건적인 긍정적 생각과 낙관주의를 요구했다. 예컨대 다음주에는 여자 친구를 만나 멋진 파티에 가고 높은 학점도 받게 될 것이다 등등. 두번째 집단은 중립적 환상을 가지라고 지침을 주었다. 즉,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건 다음주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몽상을 떠오르는 대로 그대로 기록하게 했다. 

일주일 후 두 집단에 대한 검사 결과는 의외였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라는 지침을 받은 학생들은 중립적인 환상을 가지라는 지침을 받은 학생들보다 성취감이 덜했다. 

결과적으로 맹목적인 긍정적 사고(낙관주의)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리처드 프리먼은 이에 대해 오히려 사람을 현실에 느긋하게 안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나친 긍정적 사고는 마치 바라던 목표에 도달했다고 착각하는 속임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뉴욕대 연구진은 과도한 긍정성이 지닌 함정을 논하며 ‘정신적 대조(mental contrasting)’ 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신적 대조법은 내가 바라는 꿈을 먼저 생각하고 현실의 장애물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긍정적 공상을 즐기는 것은 좋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맞닥뜨릴 장애물도 고려해야 한다. 각각의 장애물을 극복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신적 대조다.

예를 들어보자. 먼저 소망 단계. ‘담배를 완전히 끊고 싶다.’ 그 다음엔 최상의 결과를 상상하고, 담배를 끊고 아내에게 칭찬받을 것을 상상한다. 그 다음 장애물을 생각한다.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받을 때 어떻게 하지, 술자리에서 담배를 권할 때 어떻게 하지’ 이런 것들이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장애물에 대해 어떻게 할지를 계획한다. ‘스트레스 받을 때 물을 2컵 마신다. 술자리에서는 담배 안 피우는 여성 옆에 앉는다’ 등등. 소망(wish), 결과(outcome), 장애물(obstacle), 계획(plan)의 앞글자를 따 ‘웁(WOOP)’이라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다. 

필자는 긍정의 심리학을 결코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긍정주의는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다.‘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듯이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긍정적인 생각, 사고 등의 실체는 현실을 외면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에 결심한 일들이 정신적 대조법을 통해 성취하시기를 기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