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할 줄 아는 사람
슬퍼할 줄 아는 사람
  •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 승인 2015.01.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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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반영억 신부 <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5일부터 필리핀을 공식 순방했습니다. 야외 미사에선 무려 7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대규모 야외 미사 전에 마닐라 가톨릭대학에서 10대와 20대 젊은이들과 함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12살 고아 소녀가 교황에게 담대하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버림을 받습니다. 그래서 많은 고아들이 범죄의 희생자가 되고, 마약 중독자가 되거나 심지어 성매매의 희생자가 됩니다. 왜 하느님은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시는 건가요? 왜 우리를 도와주는 이들은 너무나 적은 걸까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성당에서 운영하는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소녀는 자신의 질문을 마치면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교황은 일단 울고 있는 소녀를 따뜻하게 포옹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얘기를 듣고 우리가 가슴으로 함께 울어줄 수 있을 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교황은 그러면서 청중들에게 “굶주리는 아이, 마약을 하며 길거리를 전전하는 아이, 버려진 아이, 학대받는 아이를 봤을 때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라고 말했습니다.

슬퍼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은 모두에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한 노숙자의 간절한 청이 담긴 편지를 받고 금일봉을 보내 주면서 별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내가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은 아닐까? 인간적인 계산을 하였습니다.

‘사람은 먹을 것이 없어 배고파하기보다는 따뜻한 정에, 사랑에 더 배고파합니다. 사람은 먹을 것이 없어 헐벗은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대우를 받지 못해 헐벗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마음의 공감을 갖지 못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냥을 줘 봤습니까?” 질문합니다. 자신 있게 “예”하고 대답하면, “동냥을 받는 사람과 눈을 마주쳤습니까?” 재차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길에서 구걸하거나 동냥을 받는 사람들의 손을 한 번이라도 잡아본 적이 있습니까?” 묻습니다.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 것이 가난한 사람들과의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니지 모르겠습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성경 마태복음에서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이는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의 맛도 압니다. 더 큰 사랑으로 슬픔을 넘어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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