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교향악단의 향기와 충북도립교향악단의 존재감
청주시립교향악단의 향기와 충북도립교향악단의 존재감
  •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5.01.21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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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문화비평가>
 
지난 주일은 참으로 행복했었다. 지역 음악계의 양대 산맥인 청주시립교향악단과 충북도립교향악단이 공연한 신년음악회에서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15일 목요일은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청주시립교향악단(이하 시향)이, 16일 금요일엔 청주아트홀에서 충북도립교향악단(이하 도향)이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음악애호가들은 양 교향악단이 빚어내는 격조 높은 선율에 흠뻑 젖는 호사를 누렸고 모처럼 청주시민이고 충북도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꼈다.

음악은 소리 예술이다. 교향악단 오케스트라는 귀로 듣는 즐거움과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음악의 최고봉이다. 충북엔 시향과 도향이 있어 도민들이 이런 격조 높은 음악을 향유할 수 있다. 

교향악단의 존재감과 저력에선 결코 3%대 왜소한 충북이 아니라 4%대를 능가하는 빅 충북이다.

지금 통합청주시는 인구 100만의 중부권 핵심도시로, 충북도는 전국대비 3%에서 4%의 도세로 도약하고자 전방위로 뛰고 있다. 

시향과 도향도 시와 도의 여망을 신년음악회에 담았다. 시향은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젠지퍼를 초청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을 협연했고,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서곡 ‘박쥐’와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을 연주했다. 

도향은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 ‘가속도’로 문을 연후 서울대 출신의 최성수·진성원·류정필 3인의 테너를 초청해 ‘희망의 나라로’를 비롯한 우리 가곡과 빠르고 경쾌한 이태리 가곡들을 연주했다.

시향은 정통 클래식을, 도향은 아름다운 가곡을 새해맞이 메뉴로 선정했으니 시향은 전문성에, 도향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음악회였다. 

이처럼 두 악단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전혀 다른 곡과 스타일로 연주해 청중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시향 지휘자 류성규와 도향 지휘자 양승돈은 공모를 통해 지휘봉을 잡은 걸출한 음악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시향은 타 지역출신의 40대이고, 도향은 지역출신의 50대라는 점이다. 

이번 시향의 신년 음악회는 류성규 지휘자가 취임 후 두 번째 올린 무대로 시향의 발전 가능성과 긍정의 기운을 듬뿍 느끼게 하는 한 차원 높은 기량과 내공을 선보였다. 

시향이 뿜어내는 하모니와 앙상블에 이승훈 시장을 비롯한 청주시 간부공무원들과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도취했고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2009년 6월에 창단공연을 한 도향은 1973년에 창단된 시향에 비해 역사도 일천하고 예술의전당을 전용무대로 갖고 있는 시향과 달리 전용무대도 없는 후발주자로 악단규모와 재정상태도 도립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턱없이 작고 영세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다행히 지역출신 양승돈 교수가 3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래 교향악단으로서 면모를 갖춰 가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때 도립교향악단의 무용론에 귀 기울였던 이시종 지사가 간부들과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킨 걸 보면 유용론에 무게를 싣고 있음이 분명하다. 

악단의 존재감과 레벨업은 전적으로 지휘자의 역량에 달렸다. 

그러므로 지휘자는 음악적 역량은 물론 단원들을 결집하는 인간적인 매력이나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도향 지휘자의 덕목은 여기에 지역실정과 정서를 잘 알고 도민들의 문화향유권을 신장시킬 헌신성이 추가된다.

아무튼 시향과 도향이 추구해야 할 가치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역 음악인들을 키우는 일이다. 관객유인과 고품격 연주를 위해 저명한 음악인을 초빙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잠재력 있는 향토음악가를 무대에 세워 그들을 키울 책무도 있다. 

좋은 교향악단이 있다는 것은 주민에게 큰 축복이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시향과 성장통을 앓고 있는 도향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더욱 분발하여 시와 도의 비타민이자 자존심으로 기능하길 충심으로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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