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구제역은 없다”
“내 사전에 구제역은 없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5.01.18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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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난해 12월 3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AI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지역의 충격은 더욱 컸다. 40여일동안 2만마리가 넘는 돼지를 살처분해 땅에 묻었다. 살처분과 방역초소 운영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파김캄가 됐다. 

그런데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농장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국내 한 대기업 계열 농장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축산농민들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구제역 확산의 ‘주범’으로 몰린데다 지난 2000년 이후 진천에서 발생한 세번의 구제역이 모두 이 농장이 진원지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주민들은 분노했고 당장 농장 퇴출운동에 나섰다. 악취로 인한 생활불편까지 들며 축사 환경문제도 걸고 나왔다. 진천군도 ‘삼진아웃제’ 도입 등을 정부에 건의하면서 방역소홀의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나섰다. AI가 발생했을 때 축산농민은 물론 사회단체까지 확산을 막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주민들이 이렇게 분노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번의 구제역이 한곳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 기업의 대표가 나폴레옹 모자를 구입하는 데 26억원이라는 거액을 썼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악취때문에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의 원성과 구제역 발생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쓰면서도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는 ‘불편한 진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 한 기업에 대해 주민들이 더욱 분노했던 것이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고 한 나폴레옹의 정신을 본받아 “내 사전에 구제역은 없다”라고 외치는 기업인의 모습을 주민들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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