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으라고 만 하지 말고
낳으라고 만 하지 말고
  • 이수안 <수필가>
  • 승인 2015.01.1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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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수안 <수필가>

네살짜리 아이 폭행 사건이 공분을 사고 있다. 반찬을 남겼다고 어린이집 교사가 있는 힘껏 그 어린 것을 때린 것이다. 

나도 그 화면을 처음 보았을 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더 슬픈 것은 맞은 아이가 기절한 것처럼 꼼짝 않다가 엉금엉금 기어 와서 그 반찬을 주워 먹었다는 것이다. 맞아본 놈이 아픈 걸 안다고 했다. 아프면 울어야 네살 아이에게 맞는 행동이거늘, 동영상 속의 아이는 기겁을 하고 다시 기어 와 무릎을 꿇은 채 그 반찬을 다시 먹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또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랴. 아이가 느꼈을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왔다.

정치권에서도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CCTV 설치 의무화 등 강경책이 나오고 있다. 얼마 안 가서 또 딴소리하며 미룰지 모르지만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정치권의 모습에 2월 국회에서 처리되리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이 강경책만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나에게는 두살짜리 손녀가 있다. 제 어미는 올 3월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작정이다. 손녀는 또래와 노는 것을 좋아하는데 집에는 어른들밖에 없다. 어린이집에 가야 눈높이에 맞는 대상과 어울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른 감이 있으나 가족만으로는 손녀를 충족시켜 줄 수 없으니 올해는 하루 3시간짜리 반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포도원 일을 전혀 할 수 없어서다. 아이 하나 보는데도 일이 얼마나 많은지 포도밭 일은 꿈도 못 꾼다.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들은 한 사람이 열 명에 가까운 아이들을 돌본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그중에는 넘어져서 우는 아이, 대소변 못 가리는 아이, 싸우는 아이 등 별별 아이들이 다 있을 것이다. 어미가 제 자식 하나 돌보는 것도 힘들다고 하는데 남의 자식을, 그것도 여러 명 돌보노라면 가끔 힘들 때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보수가 적정 수준 이하라면 짜증 날 때도 있지 않을까. 몸이 힘들면 아이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교사도 생기지 않겠는가. 

어린이집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현행 보육교사 배출 제도도 대폭 수정해야 할 것이다. 컴퓨터를 켜 놓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는데 오가며 클릭만 해도 자격증을 딸 수 있다니 이래서야 어떻게 믿을만한 교사가 나오겠는가. 강의는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배출된 충분히 자격 있는 교사에게 그에 합당한 보수가 주어져야 함도 당연하다. 그러고도 엄격한 관리가 있어야 마음 놓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내 딸은 무서워서 둘째는 못 낳겠다고 한다. 열달 배 아파서 낳은 귀한 내 자식. 어린이집에 보내면 말도 잘 못 하는 어린 것을 때리지, 학교 가면 성적이라는 줄에 세워놓고 다그치지, 다 키워 놓으면 배 타고 가다 죽지. 하다 하다 군대 가서까지 몰매를 맞고 죽는데 어떻게 아이를 또 낳느냐는 것이다.

아이 많이 낳으라고 백날 외쳐봐야 소용없다. 이제는 제발 목청 높은 구호보다는 조용한 실천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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