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 혹은 죽음의 월요일
월요병, 혹은 죽음의 월요일
  • 정규호 <문화콘텐츠 기획자>
  • 승인 2015.01.18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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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정규호 <문화콘텐츠 기획자>

일요일 밤 방영되는 <개그 콘서트>가 웃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일주일을 잘 보내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밤이 지나 월요일 아침이 밝아 오면 어김없이 출근길에 나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에서 제외되겠지요. 월요병이라고 해서 주말을 푸욱 쉰 뒤 되풀이되는 출근길이 뻐근하기는 하겠지만 갈 곳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행복한 일임을 그들 직장인들은 미처 깨닫지 못할 것입니다.

도서관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도 대부분 쉬는 월요일, 딱히 갈 곳을 찾지 못해 일요일 밤부터 미리 짜증이 폭발하는 심각한 청년백수의 시대가 21세기 대한민국의 표상입니다.

그들은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도, 또 사람을 웃기는 일에는 천부적인 재주를 지닌 개그맨들의 온갖 풍자와 해학에도 웃을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개콘이 공포영화나 다름없다는 한숨마저 나오는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숫자는 늘어났는데, 유독 청년실업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 경북 지역의 경우 청년세대의 취업률이 41%에 불과해 IMF 외환위기 이후 역대 최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50대 연령층의 취업은 점차 늘어나고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일일까요.

일자리와 관련된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화두는 대충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실업과 중·장년 및 실버세대의 일자리 증가와 더불어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기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 까닭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뻔히 아는데, 아무도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힘들고 고된 생산현장이거나 농촌의 경우 노동력의 고령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입니다. 심지어 그나마 힘이 더 드는 택배 또는 엄동설한에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주유소 등은 노인들에게 돌아가고, 청년들은 취업준비와 병행할 수 있는 경비원으로 몰리는 이른바 잡 스위칭(Job switching)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있습니다. 대학이 넘쳐나고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대학생이 될 수 있는 과잉과 더불어 ‘대학물까지 먹은 처지에 아무 일이나 할 수 있겠는갗라는 풍선이 문제입니다.

내 자식만큼은 힘들고 험한 일 대신 넥타이매고 책상에 앉아 펜대나 굴리는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과 그 속에서 그래도 내 새끼를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부모세대와 그 자식들 사이의 간극이 줄어들지 않는 한 일자리를 둘러싼 우리 시대의 비극은 쉽게 치유되기 힘들지 않을까요.

이럴바에 차라리 블루칼라는 완전 정규직으로, 화이트칼라는 비정규직으로 차별하는 방안이 고용안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 지금 우리는 월요병, 죽음의 월요일, 혹은 행복한 월요일 중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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