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6)-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 있으니(26)-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
  •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1.1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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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시간은 한 방향으로 곧게 흐르면서도 순환하고 반복한다. 올해는 서기 2015년이다. 단기로는 4348년, 불기로는 2559년, 공기로는 2556년이다. 각각 예수, 단군, 석가, 공자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곧게 흘러온 시간이다. 

을미년에 직지」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에 반추해서 살피려는 스물여섯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18장 광효 안 선사(光孝 安 禪師)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광효 안 선사가 말씀하시기를 “예사롭게 부질없이 말하는 것도 오히려 그러하거든 하물며 법을 맡은 자가 북을 치고 자리에 올라가서 이익이 없는 소리를 말함이랴?”

광효 안 선사는 그로부터 종신토록 하루라도 세속적인 일들을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광효 안 선사가 죽고 난 다음에 화장하니 혀가 타지 않고 부드러운 것이 붉은 연꽃과 같았다고 한다.

스님들이 처음에 불법을 논했을 때는 천신들이 귀를 기울여서 그 말소리를 들었는데 그 뒤에 불법을 말하지 않고 세속의 법을 이야기하니까 악귀가 나와서 꾸짖고 그 스님들이 밟고 간 발자국까지 더럽다고 쓸어버렸단다. 

법상에 올라가서 속담 같은 것이나 농담 따위를 하는 것을 듣기 좋아하고 그렇게 해야 법문을 잘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좋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것은 개그맨이나 배우들이 하는 것이지 법사가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광효 안 선사는 평생토록 그런 것을 하지 않았단다. 

광효 안 선사가 죽은 후 화장을 했는데 혀가 타지 않고 붉은 연꽃과 같았다는데 사후(死後) 불로써 태우는데 타지 않았던 분이 더러 있었다고 한다. 혀만 타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계행을 철저히 잘 지킨 남자라면 남자의 생식기가 타지 않을 수도 있고 심장이 타지 않기도 했단다.

광효 안 선사가 죽은 후 화장을 했는데 혀가 타지 않고 붉은 연꽃과 같았다는 것처럼 양은 인류에게 많은 것을 주어왔다. 특히 유목사회에서 양은 인간의 의생활, 식생활, 주거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즉 인간에게 많은 이로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의롭고 착하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양모 1㎠를 짜는데 약 6만∼7만개의 양털이 들어간다고 하니 양털은 온순한 양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모양이다. 

인간이 가진 정서 중 가장 아름다운 정서는 ‘그리움’이라는 것이겠다. 글과 그림, 그리움의 어원은 같다고 한다.

종이에 그리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 된다. 고마움과 감사함은 그리움의 방법론이라고 한다. 그러니 고맙고 감사한 기억이 있어야 그리운 것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즉 우리가 같은 ‘공동체’에 함께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려면 고마움의 기억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겠다.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까닭은 이렇게 착한 결심을 하자는 것이다.

10간의 처음인 갑과 을은 목행으로 청색에 해당한단다. 그래서 올해는 을미년이기 때문에 청색 곧 청양 띠가 된단다. 청(靑)은 예로부터 복을 기원하는 색으로 귀하게 여겨졌단다. 진취적인 기운을 가진 청색과 온순하고 배려심 많은 양의 이미지가 만나 긍정적인 기운이 모두에게 가득한 2015년이 되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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