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구룡산을 살립시다
청주 구룡산을 살립시다
  • 박완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1.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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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박완희 <칼럼니스트>

추운 겨울 두꺼비생태공원은 얇은 외투를 벗고 속살을 드러낸다. 조성된 지 8년이 된 곳이어서 그나마 여름철에는 푸르러 보이지만 낙엽이 진 겨울철은 앙상한 모습 그대로다. 

새해를 맞이하여 다시 두꺼비를 생각한다. 두꺼비의 주요 서식지는 숲이다. 숲의 3, 4부 능선에서 겨울잠을 잔다고 알려졌다. 참나무 숲에서 주로 생활하다 이른 봄 산란기에 방죽이나 저수지 등 습지를 찾아 내려온다. 산란을 마친 어미 두꺼비들은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습지에서 알, 올챙이, 새끼두꺼비로 변태의 과정을 마치면 이들도 5월 중순 무렵에 산으로 대규모 이동을 한다. 때문에 두꺼비들은 서식지와 산란지, 그리고 이를 이어주는 이동통로가 꼭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두꺼비의 서식반경은 약 2㎞라고 알려졌으며 여름철에는 비가 오거나 습한 날 저녁에 인가 근처까지 내려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곤충을 잡아먹는다.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두꺼비들은 나무뿌리 아래나 땅속 굴, 또는 부엽토 아래에서 겨울잠을 잔다. 이러한 서식환경을 확보, 유지해야 두꺼비들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산남3지구 택지개발로 두꺼비의 서식지인 숲을 온전히 보존하는 데 실패했다. 이동통로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꺼비들이 새로운 산란지를 찾아 나선 곳이 바로 성화동 농촌방죽과 두꺼비생태공원의 거울못이다. 농촌방죽은 두꺼비생태공원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원흥이방죽과 직선거리로 1.4㎞ 거리에 위치한다. 농촌방죽은 두꺼비 산란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에 포함된다. 결국 산란지 상황이 열악해지면서 구룡산 넘어 농촌방죽으로 두꺼비들이 산란지를 변경하게 된 것이다. 

현재 농촌방죽 일대에도 다양한 개발압력이 높아가고 있다. 도시계획상 도로 개설이 예정되어 있다. 이곳마저 개발에 밀려 두꺼비가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면 구룡산의 두꺼비는 절멸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지역 환경단체들은 2009년에 두꺼비 서식지를 확보하고자 구룡터널 인근 포도밭을 매입해 논습지로 조성한 바 있다. 이후 2차 토지매입 대상지로 농촌방죽 위쪽 다랑이 논을 선정하여 기금을 모으고 있다. 현재까지 약 4000만원을 모았으며 2015년에도 지속적인 캠페인과 홍보를 진행하고자 한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수많은 논과 밭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한 숲 가장자리에 작은 습지들도 함께 사라지면서 도시에서 양서류들은 살아갈 곳을 잃고 있다. 청주 구룡산에서 두꺼비가 살아가려면 이제 사람들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연 그대로의 힘으로 예전처럼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산로가 넓어지고 숲이 말라가고 있다. 이대로 두면 구룡산은 두꺼비 서식지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우리 사람들에게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도시 숲으로서의 기능 또한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사람들이 구룡산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 시작으로 구룡산 곳곳의 땅을 시민들이 직접 사는 ‘구룡산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다시 시작하자. 두꺼비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고 구룡산을 살리는 방법일 수 있다. 우리 후손들에게 더 이상 훼손되지 않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구룡산을 물려주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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