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느끼는 시대적 과제
여자들이 느끼는 시대적 과제
  • 박상옥 <시인>
  • 승인 2015.01.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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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시인>

‘여자들 살기 참 좋아졌다 아들 가진 부모보다 딸 가진 부모의 노후가 행복하다’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딸 둘에 아들 하나’는 다이아몬드메달, ‘딸딸이’ 엄마는 금메달, ‘딸 아들 하나’인 엄마는 은메달, ‘들들’이 엄마는 목메달, 유행어가 넘칠 정도로 여자들 위세가 좋아졌습니다. 

여자로 태어났건만 여자와는 거리가 멀게 행동하는 것에 약간의 쾌감을 느끼는 나로선 늘 대충 씩씩해 보이게 행동합니다. 여자다움이란 것에 갇히기 싫은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내비치는 여성성에 발톱을 세웁니다. 사대가의 종부란 자부심이 유별났던 할머니와 어머님은 남녀평등이 도저히 안되는 분들이었으니 그런 유년의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내게 있어 여성성이란 겉으론 힘없고 의지 없고, 밟혀도 저항하지 않는 것이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고 선택할 일의 차별에도 묵묵한 것입니다. 가끔 듣게 되는 ‘천상여자네’라는 사랑과 칭찬 사이의 구분이 모호할 때마다 아서라! 책잡힐라. 남자들의 칭찬 뒤에 속뜻, 얌전함. 힘없음. 무지함과 다르지 않음을 콕콕 되새깁니다.

나라마다 관습의 차이가 심할지라도 남성 아닌, 여성의 차별받음으로 세계는 자연스럽게 발전해 왔습니다. 아들을 못 낳는 것도 남편이 외도하는 것도 여자의 죄로 여긴 우리나라뿐이 아니라, 14~17세기 유럽에선 이단자를 마녀재판이라 하여 화형에 처했으니, 다수 의견과 다른 것조차 속죄양이 필요하다며 마녀사냥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권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아파하는 페시미스트도 아니란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여성대통령이라서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석의 국회의원이 ‘연애’라는 가벼운 단어로 대통령을 에둘러 힐난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마뜩찮은 것입니다. 

많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시작하는 이 시대는 직장내 ‘성희롱’이나 군대의 ‘성군기’나 사회 구석구석의 ‘성추문’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 뻔한 마당입니다. 하여, 여자란 단어를 열등하게 사용하는 남성들, 여성성 자체를 공격대상으로 삼는 남성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속 좁고, 너그럽지 못하고, 아무데서나 발톱을 세우는 여자들의 자격지심이 달라질 것입니다. 

얼마전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주인공은 ‘답다’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말이라고 했습니다. 의사답다. 학생답다. 선생답다. 아빠답다 엄마답다…. ‘답다’라는 말은 사람을 정해진 틀에 가두는 말입니다. 많고 많은 ‘답다’ 중에서 ‘여자답다’는 말은 사회생활을 하는 여자에겐 멍에가 됩니다. 

남자다운 여자, 여자다운 남자에 이끌리는 시대입니다. 생리적인 구조상 남녀가 완전히 공평하기는 불가능할지라도 누구나 자기답게 살 권리는 있습니다. 20~30년 이상을 함께한 부부의 황혼이혼이 해마다 증가한다니, 20~30년을 함께 살아도 정작 모르는 게 남녀문제입니다. 

이 시대 위상이 좋아진 여자들이 뼈아픈 과거의 역사를 교훈 삼아, 남녀 공존의 지혜를 찾고자 노력하는 게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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