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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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5.01.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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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반영호 <시인>

마피아하면 떠오르는 게 국제 범죄조직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과 미국, 러시아 등에서 마약과 도박, 금융 따위에 관련된 거대한 범죄조직체다. 20세기들어 범죄조직을 넘어서 강력한 정치적 폭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도 성장하였다.

얼마전 세월호 침몰 사고 때 관피아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관피아란 관료+마피아로 지목돼 지탄받았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별 유치하고 해괴한 조어 방식이기에 웃었다. 관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키 위해 범죄조직 마피아처럼 거대한 세력을 구축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말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이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쌓인 관행·부패 등의 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렇게 쓰였다. 관피아의 원조인 모피아는 MoF(Ministry of Finance:재무부)와 Mafia라는 영어단어의 첫 음절들을 묶은 거지만 관료+Mafia의 결합은 국적불명 원칙파괴의 기형적 단어다.

세월호 사건을 일으키게 한 유병언은 죽음의 의문도 확실하게 풀지 못한 채 세월호처럼 세월의 뒤편으로 물러갔다. 부도덕한 기업주 유병언은 3000억원대의 부도를 냈으면서 100억원 남짓한 돈으로 다시 그 기업을 사들여 또 다시 그보다 더 많은 부를 일궜다. 보통사람들에겐 한 푼이라도 갚지 않고서는 못살게 만드는 금융권은 1000억원이 넘는 빚을 탕감해주고 100억원이라는 거액의 돈까지 빌려줬다. 법정관리를 맡은 사법부는 부도덕하고 의혹투성이의 경영진이 다시 기업을 사들이게 허락했었다.

그런데 관피아란 말이 수그러질 즈음에 또 생겨난 신조어가 있으니 칼피아다. 다른 말로 땅콩(?)피아랄까. 칼 즉 대한항공의 KAL+마피아다. 땅콩회항으로 불거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관련된 이야기로 지난해 12월 5일 조 전 부사장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건의 화살이 국토교통부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칼피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족벌경영, 재벌특권에 대한 분노에 이어 정경유착의 실마리까지 드러나자 더욱 분개하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대한항공은 모든 사건의 잘못을 사무장 탓으로 돌리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일을 키웠다. 또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무의 사과문과 조 전 부사장에게 보낸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복구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토부는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초기 대응도 미흡했을 뿐더러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책임을 미루는 등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조사과정에서도 국토부는 탑승객 명단 확보에 부실했으며 해당 사무장을 대한항공 임원과 동석시키는 등 부적절한 행동도 있었던 사건이다.

정말이지 이러다가는 대한민국이 온통 oo피아로 얼룩질 것 같다. 전염병으로 퍼져 신드롬 증후군이 휩쓸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붙이기 나름이겠지만 아트피아, 농피아, 상피아, 워크피아, 우피아, 좌피아 등 무슨 무슨 피아가 언제 어떻게 또 터질지 모를 일.

이런 기형적 신조어가 난무하는 사태를 보면서 어원은 다를지라도 언듯 유토피아를 생각해본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이상적이고 완전한 상상 세계로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다만 추상적인 이상일 뿐이지만 걱정이나 근심 없이 행복을 누린다는 파라다이스나 도원경, 이상향, 천국, 무릉도원, 이상촌 같은 단어를 유추케 하는 유토피아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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