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철통방역만이 살길이다
백신 접종·철통방역만이 살길이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4.12.30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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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서 발생 청주지역까지 확산 … 타 지역 감염 우려

위기경보 `경계' 단계 격상 … 살처분 선별적 방식 도입

백신접종 소홀·초기대응 미흡 등 발생 원인 논란 증폭

구체적 방역 시스템 마련·철저한 방역의식 가져야
▲ 구제역이 발생한 진천군 진천읍 한 농장 입구에서 방역본부 방역팀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 3일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번지는 양상이다. 충북도내에서 이제는 경기도 등 인접지역에서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1년 구제역 파동이후 전국적으로 백신접종이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 발생 경로도 불분명하고, 바이러스는 잡히지 않으니 가축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구제역 발생부터 방역당국의 대처, 피해상황, 예방대책 등을 살펴봤다.

 

# 번지는 구제역 바이러스

이번 구제역 발생지역은 충북 진천이다. 지난 3일 진천읍 장관리의 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일부 돼지의 콧등에서 수포가 발견되는 등 구제역 의심 징후 신고였다. 검사결과 구제역으로 판명되면서 구제역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진천지역에서 지난 18일까지 13번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인접지역으로 구제역은 계속 번졌다. 17일과 23일 증평지역 두 곳의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18일에는 음성에서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청주지역에서는 최근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청주는 18일을 시작으로 19일, 27일까지 4곳에서 발생했다. 이로써 충북에서만 15번째 구제역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접 시·도까지 번지고 있다. 천안에서는 지난 16일과 18일 두차례에 걸쳐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 첫 발병지역인 음성·진천과 이웃한 경기도 이천에서도 지난 29일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구제역이 충북을 넘어서 다른 시·도로 번지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 살처분 방식 변경-선별적으로

구제역이 터지자 방역당국은 해당농가 돼지에 대한 살처분에 들어갔다.

방역당국은 살처분 방식을 변경했다. 일괄 살처분 방식에서 선별적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과거 구제역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해당농가 500m내의 모든 돼지를 살처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제역 증상을 보인 돼지에 대해서만 살처분이 실시됐다. 즉 무분별한 살처분에 따른 손실과 농가의 반발을 해소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이처럼 선별적 살처분에도 불구, 지난 28일까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충남북지역에서 모두 2만2801마리의 돼지가 도살·매몰됐다.

▲ 진천군 진천읍 성석리 웰빙테마장터 내에 설치된 구제역 거점소독소에서 방역 근무자가 차량 타이어를 소독하고 있다.

#진천 구제역의 미스터리

진천 구제역 발생 원인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구제역 발생 양돈농가에서 추가로 발생하자 구제역 감염 경로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것이다. 구제역 발생농장은 백신을 접종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제역 감염 돼지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농장이 백신접종을 소홀히 했거나 아예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나왔다. 항체 형성률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진천 농가의 구제역 백신 접종 소홀 가능성을 제기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백신접종 돼지에서는 항체 형성률 80% 이상이어야 하지만 일부 농장에서 어미돼지인데도 항체 형성률이 30% 수준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 확산방지 위한 초기대응 미흡(?)

이달 초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진천군 관내는 물론 인접지역에 대한 구제역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경보단계를 격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주의’ 단계의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올렸다.

이후 첫 구제역 발생지역인 진천에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접지역인 청주 등지에서는 구제역이 이어졌다.

특히 청주지역은 초기대응에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주시는 지난 3일 인접 진천군 양돈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지만 보름이 지난 20일부터 남일면 고은삼거리 등에 거점소독소 5곳을 설치했다. 청주지역은 지난 18일부터 구제역이 발생,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증평군 증평읍 한 양돈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이 살처분 매몰을 위한 굴토 작업을 하고 있다

# 축산대기업 관련 농장 첫 발생 ‘책임론’

방역당국에 따르면 진천지역 백신공급률(전업농 기준)은 지난 22일 현재 19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진천지역 양돈농가들은 올 1월부터 지난 3일까지 충북 전체 사육돼지에 접종할 물량보다 3.5배나 많은 구제역 백신을 구입했다.

그러나 1~10월까지 진천지역 사육돼지의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은 55.7%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전문가들은 돼지의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이 낮은 이유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우려한 양돈농가들이 백신만 구입해 놓고 접종을 하지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백신접종에 따른 스트레스로 잘 자라지 않고, 접종부위에 화농현상이 나타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해 접종을 기피하고 있다. 현재 보급 중인 백신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농장과 두 번째 발생농장이 축산대기업 하림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해당 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구제역 발생농장 선진은 하림 계열사이고 두 번째 구제역 발생농장도 같은 소유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농장 종사자들이 구제역 발생 직전 구제역 상시 발생국을 여행하고도 입국시 공항에서 소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당국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의 구제역 농장 퇴출 요구와 대기업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 구제역 막을 방법 없나

생거(生居) 진천이 가축전염병 오염지역으로 추락했다. 2004년도 강타했던 AI를 시작으로 지난 2011년에도 구제역이 이 지역에서 집중 발생했다. 그만큼 축산농가의 타격도 심했지만 지역 이미지 실추도 있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을 막을 방법은 없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역시스템 마련과 함께 백신접종 이후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구제역 감염 가축은 계속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만큼 백신 접종 이후에도 축산농가들은 자율적인 방역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구제역 방역현장의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차량, 사람에 대한 통제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구제역이 재발할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스템, 유기적 예찰시스템 마련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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