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실천해야 할 때
나눔을 실천해야 할 때
  • 송경준 <괴산경찰서 괴산지구대>
  • 승인 2014.12.25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송경준 <괴산경찰서 괴산지구대>
 
독특한 원숭이 사냥법을 가진 아프리카 부족이 있다. 이 부족의 사냥 도구엔 날카로운 칼, 또는 화살은 필요없다. 대신 호리병 모양의 목이 좁고 긴 가죽자루와 쌀가루만 있으면 된다. 이 부족은 호리병 모양의 가죽자루에 쌀가루를 넣어 두고 이 것을 나무위에 걸어 둔다. 원숭이는 냄새를 맡고 자루로 다가가 팔을 넣어 쌀가루를 한 웅큼 움켜쥔다. 그리고 움켜진 손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자루의 좁은 목 때문에 쌀가루를 움켜진 손이 빠질리 없다. 당황한 원숭이는 정글이 떠나가라 울부 짓는다. 이 소리를 들은 부족은 원숭이에게 유유히 걸어간다. 그 순간에도 원숭이는 손에 쥔 쌀가루를 놓치 않고 더욱더 크게 울부 짓는다. 그렇게 원숭이는 부족의 사냥감이 된다. 원숭이는 손에 쥔 한 웅큼의 쌀가루와 대자연의 자유를 맞바꾼 것이다. 욕심이 화를 불렀기 때문이다.

적당한 욕심은 경쟁촉진 효과를 불러온다. 광복과 전쟁을 거치며 가난했던 우리도 잘 살아 보자는 적당한 욕심을 바탕으로 경쟁을 촉진시켰다. 그 결과 놀라운 고도성장을 이뤄 냈다. 그리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변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풍족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부족한지 욕심을 부린다.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욕심을 종종 본다. 남 보다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심에서 나오는 절도. 남 보다 더 빨리 가려는 욕심에서 나오는 교통법규위반. 그 결과는 늦가을 서리 같은 가혹한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다. 자신의 욕심이 스스로 전과자로 만든다. 절도행위 대신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정성을, 교통법규위반 대신 양보운전이라는 나눔을 실천하면 어땠을까? 그 결과는 180도 달랐을 것이다.

괴산지구대 경찰관들은 나눔이 욕심과는 180도 다른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나눔을 실천한다. 괴산지구대는 지난 5월부터 독거노인을 돌봄 대상자로 지정했다. 그리고 이들의 가정에 방문해 말벗이 되어 주고 있다. 또 이번 연말연시엔 독거노인 등 가정에 쌀과 위문품을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이 대상자의 가정에 방문할 때마다 경찰 활동이 노출되었다. 이는 자연스레 범죄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나눔을 실천하는 감성치안 활동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주민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었다. 나눔이라는 활동이 경찰에게 ‘범죄예방 효과’와 ‘감성치안 이미지’를 얻게 해준 것이다. 나눔으로 2마리 토끼를 잡았다. 나눔이 복을 불렀다.

경찰에 입문한 후 나눔을 실천하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동안 범죄예방은 물샐틈 없는 단속과 엄중한 처벌만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눔은 나눌수록 전혀 뜻밖의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자신의 것을 나눈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기 쉽지 않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했다. “미룬 일은 포기해 버린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누고자 하는 생각이 들때 미루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자. 나눔은 우리 모두에게 전혀 뜻 밖의 선물을 줄 것이다. 나눔은 복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